KIA 타이거즈의 2차 스프링캠프 일정이 꼬였다. 34년 만에 로스앤젤레스(LA)에 닥친 눈보라 탓이다.
KIA는 지난 2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24일 동안 진행한 1차 캠프를 마무리했다. 선수단은 이튿날(25일) 투산에서 국내선으로 LA로 이동한 뒤 현지 시간으로 24일 오후 11시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상 악화에 발이 묶였다. 통상 겨울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LA 지역에 1989년 이후 34년 만에 눈보라 경보가 발령된 것. 이날 캘리포니아주 수십만 가구가 정전됐고, 1000편이 넘는 항공기가 결항했다.
KIA 선수단도 어려움을 겪었다. LA행 비행기는 투산 공항에서부터 3시간 늦게 이륙했고, 눈보라 탓에 두 차례 착륙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다른 공항에 우회해 비상 착륙했다. 기체가 크게 흔들린 탓에 승객들은 혼비백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KIA 선수단은 원래 탈 예정이었던 귀국편을 놓쳤고, 8시간 30분 뒤 떠나는 항공편을 구했다. 이후 프런트 직원들은 선수들의 묶을 숙소를 찾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여야 했다.
KIA는 원래 26일 오전 5시 30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4시간 뒤인 9시 30분에 2차 캠프가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로 떠날 예정이었다. 입국이 반나절이나 지연되면서 예약했던 오키나와행 비행기도 탈 수 없었다. 선수들은 27일 서로 다른 항공편으로 오키나와로 향한다.
원래 KIA 선수단은 26일 여독을 풀고, 27일 자체 훈련으로 컨디션을 점검한 뒤 28일부터 오키나와에 있는 한화 이글스·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르려고 했다. 28일 치를 예정이었던 한화전은 사실상 치르기 어려워졌고, 내달 1일 열리는 롯데전도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IA는 오키나와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 2019년, 잦은 비와 낮은 기온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범호·윤석민·김세현·한승혁 등 주축 선수들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캠프 훈련을 완주하지 못했다.
KIA는 2016년 이후 7년 만에 1차 캠프지로 애리조나를 선택했다. 날씨 변수가 상대적으로 덜 발생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애리조나도 기온이 낮고 강풍이 부는 날이 많았다. 심지어 폭우도 쏟아졌다. 22·23일 예정됐던 NC 다이노스와의 연습경기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 귀국길에는 LA 지역에 34년 만에 눈보라가 닥치는 '기상이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시즌(2022) 5위에 오르며 4년 만에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KIA는 올해 목표로 우승을 내세웠다. 애리조나 캠프에선 젊은 불펜 투수들의 성장세를 확인했다. 2차 캠프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이 별난 경험을 액땜으로 여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