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투수 구창모(26·NC 다이노스)의 구위 회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 대표팀의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WBC 야구 대표팀은 현재 총 네 차례 연습 경기를 치렀다. 4전 전승을 거둬 결과는 흠잡을 곳 없지만 보완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전체적으로 타자보다 투수의 컨디션이 더디게 올라오고 있다. 생소한 공인구(롤링스사)에 적응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 특히 왼손 히든 카드로 분류되는 구창모의 반등이 절실하다.
구창모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연습 경기에 선발 등판, 1이닝 3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2실점 했다. 연습경기 첫 등판으로 관심이 쏠렸는데 1회 시작부터 김도영-김호령-이창진에게 연속 3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이날 구창모는 포심 패스트볼 이외 커브와 슬라이더, 포크볼을 다양하게 구사했다. 문제는 구속. KIA 전력분석에 체크된 포심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40㎞/h에 머물렀다. 시즌 중 140㎞/h 후반까지 찍히는 구속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걸 고려해도 구속이 유독 낮았다. KIA전에 등판한 대표팀 9명의 투수 중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0㎞/h로 찍힌 건 구창모와 김원중(롯데 자이언츠) 둘뿐이었다.
구창모는 24일 열린 KT 위즈전에서도 1이닝 3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2실점으로 부진했다. KIA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난타를 당하거나 볼카운트 싸움을 어렵게 끌고갔다. 두 번의 연습 경기 등판에서 2이닝 6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4실점. 아무리 큰 의미 없는 연습경기라고 하더라도 우려가 될만한 성적표다.
WBC에서 구창모의 어깨는 무겁다.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보다 국제대회 노출이 적었던 만큼 중요한 경기에서 쓰일 가능성이 컸다. 구창모의 국제대회 경험은 2017년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 유일하다. 김경문 전 국가대표 감독은 "(이번 대회에선) 구창모 같은 선수의 비중이 크다. 광현이는 미국에서 던진 경험이 있지만 창모는 이야기만 듣고 만나는 거 아닌가. (전력 노출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좋은 카드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2라운드 진출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숙명의 한·일전 등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하지만 구위가 올라와야 가능한 이야기다.
구창모는 지난해 11승 5패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다. 리그 최고의 왼손 선발 중 하나지만 최근 몇 년 부상 탓에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9년 프리미어12에선 허리, 2021년 도쿄 올림픽은 왼팔 전완부 피로골절 문제로 출전이 좌절됐다. 특히 2021년에는 재활 치료가 더디게 진행돼 시즌 전체를 결장하기도 했다. 모처럼 건강을 회복해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몸 상태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WBC는 시즌 전 열리는 대회라 투수들에게 더욱 민감하다. 구창모에게 시간이 더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