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州)는 프로야구단이 선호하는 스프링캠프지 중 하나다. 일본보다 멀고 시차 적응까지 해야하지만, 날씨가 따뜻하고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올해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무려 6개 구단이 애리조나주에 캠프지를 차렸다.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스코츠데일, 한화 이글스가 메사,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 KT 위즈가 투손에서 담금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변수가 속출하고 있다.
우선 날씨가 말썽이다. 기자가 현장 취재를 위해 열흘 이상 머문 투손은 애리조나 날씨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눈까지 내렸다. 이른 아침에는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졌고 거센 바람이 더해져 체감 온도는 그 이하였다. 날씨 변덕도 심했다. 지난 22일(한국시간) 투손 키노 스포크 콤플렉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연습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오전 내내 멀쩡하던 날씨가 경기 개시 30분여를 앞두고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3년 만에 국외 캠프를 나선 구단들은 예상하지 못한 날씨 변수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현장에선 "이 정도 날씨면 남해 캠프가 더 낫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더 큰 변수는 비용이다. 지난해 6월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1300원을 넘어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안전자산 중 하나인 달러의 강세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은 1304.8원. 원·달러 환율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구단 주머니 사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 캠프를 차린 구단들의 체류 기간은 보통 한 달 남짓. 체류 비용은 약 10억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한 구단 관계자는 "캠프 비용이 이전과 비교하면 40~50% 정도 오른 거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 탓에 국외 캠프를 하지 못한 2년 동안 여러 케이터링 업체가 문을 닫아 신경 쓸 부분이 더 늘었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가 시작하기 전 한 구단 관계자는 흥미로운 이야길 했다. 그는 "미국 캠프를 포기하는 구단이 하나라도 나오면 눈치껏 발을 빼는 구단이 나왔을 거 같다"라고 귀띔했다. 모처럼 열린 국외 캠프. 팬들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예정된 미국 캠프 일정을 취소하려면 결단이 필요했다. 다른 구단이 하는데 하지 않으면 자칫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떠난 미국 캠프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일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IA는 24일(현지시간) 오후 투손에서 로스앤젤레스(LA)로 출발한 비행기가 기상 악화 문제로 인근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이 문제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2차 캠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몇몇 구단은 내년에도 미국 캠프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존 캠프지 계약이 만료되는 구단도 있다. 문제는 대안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선수들의 선호도가 높은 일본 오키나와는 포화 상태에 가깝다. 한 구단 관계자는 "캠프 일정이 모두 끝나면 구단 차원에서 논의를 해봐야 할 거 같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