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투수 안우진(24·키움 히어로즈)은 현재 2023시즌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탈삼진)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당대 최고의 선발 투수지만 고교 시절 저지른 학교 폭력(학폭) 가해 전력 탓에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좌절됐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스프링캠프 중인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내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 아쉬운 건 없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한 국민으로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WBC는 프로야구 개막 전 열린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예년보다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오프시즌 휴식일이 짧아 체력 부담도 작지 않다. 지난해 정규시즌 투구 수가 리그 1위(3003개)였던 안우진으로선 한결 여유를 갖고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대신 지난해를 돌아보며 보완할 부분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결론 내렸다.
안우진은 "지난해 정확하게 던져서 결과가 좋았다. 이 부분에서 깨달은 게 있어서 (캠프 기간 내내) 정확하게 던지는데 포커스를 맞춰서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우진의 9이닝당 볼넷은 2021년 3.43개였다. 그런데 지난해 이 수치를 2.53개까지 낮춰 마운드 위력이 더 커졌다. 시속 150㎞ 후반대 빠른 공을 던지는데 제구까지 잡히니 난공불락에 가까웠다.
그는 "승리에 대한 집착은 버렸다. 승리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거다. 재작년 3.5였던 볼넷 비율을 2.5 이하로 낮춰야겠다고 마음먹고 했는데 확실히 볼넷이 줄어드니 평균자책점이 낮아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가 7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2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를 펼쳤다. 키움 선발 안우진이 6회 2사 만루서 SSG 라가레스를 유격수 플라이 아웃으로 이닝을 종료시킨 뒤 안도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
볼넷이 줄어든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안우진은 "아직 제구가 완벽한 투수는 아니지만, 볼넷 비율을 낮추니 타자들이 더 빨리 공격하더라. 시즌 초반에는 투구 수가 많았는데 중후반에는 그렇지 않았다. 볼넷을 주는 투수라는 이미지를 바꾼 결과다.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는 타자들이 빠르게 공격하니까 투구 수는 줄고 삼진은 늘었다. 이미지를 바꾸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웃었다. 안우진은 지난해 후반기 9이닝당 볼넷이 2.34개로 전반기보다 0.33개 적었다. 이닝당 투구 수도 전반기 대비 0.6개 줄어든 15개였다. 공격적인 투구로 볼넷을 줄였고 이는 개인 성적이 향상하는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안우진은 2022시즌을 통해 성장했다. 2018년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144이닝)을 소화,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는 "어느 코스에 던지면 어떤 타구가 나오는지 적립이 됐다. 예를 들면 바깥쪽 슬라이더를 낮게 던지면 더블 플레이가, 바깥쪽 높게 던지면 외야 플라이가 나올 확률이 높더라. 그런 공식 같은 걸 어느 정도 알게 됐다"며 "당연히 작년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제자리걸음을 하고 싶어하는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좀 더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움은 2023시즌을 마치면 간판타자 이정후가 미국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한다. 올 시즌은 이정후와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안우진이 잘 안다. 그는 "지난 시즌에 많이 던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는데 내 몸 상태는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하고 있다. (피로가) 쌓이면서 과부하가 올 수 있지만,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전혀 그런 게 없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정우 형이 외롭지 않게 옆에서 잘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마운드 위에서 곱씹는 건 볼넷이다. 볼넷을 조금 더 낮추면 더 공략하기 힘든 투수가 될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업그레이드 포인트다. 안우진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제구가 없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