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게 ‘약속의 땅’이 될 거라 믿었던 미국 애리조나는 끝까지 말썽이었다. 평소에는 악천후로 대표팀을 괴롭히더니, 마지막 날엔 기체결함으로 대표팀 귀국 일정을 꼬아 버리면서 이강철 야구대표팀 감독을 한숨짓게 했다. 향후 일정도 꼬였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2주간의 애리조나 전지훈련을 마치고 1일 귀국길에 올랐다. 하지만 대표팀 입국은 원활하지 않았다. 애초 선수단은 1일 새벽에 도착하는 항공편 두 대에 나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현지에서 발생한 돌발사태로 오후에 도착하는 추가 항공편까지 총 네 대에 나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애리조나에서 경유지 로스앤젤레스(LA)로 이동하는 비행기에 결함이 발생한 탓이었다. 대표팀은 3개 조로 나뉘어 LA로 이동한 뒤, LA에서 다시 2개 조로 분리돼 인천행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다. 하지만 LA행 비행기 중 하나가 기체 결함으로 뜨지 못하면서 선수단 일부가 발이 묶였다. 다행히 현지에서 버스를 섭외해 LA로 이동하고 한국으로 오는 대체 항공편도 구했지만, 1일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은 제때 맞추지 못했다.
끝까지 말썽이었다. 대표팀은 대회에 앞서 따뜻한 미국 애리조나에서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고 했으나, 때아닌 강추위와 눈바람 등 악천후가 대표팀의 정상 훈련을 방해했다. 실전 감각을 올리기 위해 연습경기도 여럿 편성했지만, 기상 악화로 줄줄이 취소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선수들도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애를 먹었다. 애리조나 땅을 벗어나는 순간까지 기체결함이 대표팀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당장 선수들의 컨디션이 걱정이다. 특히 기체결함으로 후발대가 된 선수들은 LA까지 7~8시간을 버스로 이동했다. 제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긴 비행시간과 시차 적응도 필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표팀은 2일 오후 고척돔 훈련, 3일엔 SSG 랜더스 2군과 연습경기까지 치러야 한다.
선수들 및 코치진도 걱정이 앞선다. 1일 먼저 귀국한 양의지는 “빨리 오지 못한 선수들의 컨디션이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다. 오늘(1일) 하루 쉬고 내일 바로 훈련에 들어가야 한다. 컨디션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라며 후발대의 컨디션을 걱정했다. 정현욱 투수코치 역시 “일정이 빡빡하다. 늦게 오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걱정이다. 3일 경기도 (일찍 온) 남은 선수들로 경기를 치르거나 경기 이닝 수를 줄이든지 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회가 코앞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준비는 해야 한다. 선수들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원태인은 “초반 애리조나 날씨도 안 좋았고, 귀국 일정도 꼬이면서 힘든 여정이 계속됐다”라면서도 “하지만 선수들 대부분 ‘액땜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안 좋은 일을 미리 다 경험했으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겠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합류로 완전체가 된 이강철호는 이튿날인 2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 모여 합동 훈련에 나선다. 3일에 연습경기를 치르고 4일 일본으로 출국해 본격적인 대회 담금질에 나선다. 계속된 변수와 이동에 선수들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9일 대회 첫 경기(호주전)까지 선수들의 몸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것이 대표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