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2001년)와 LG 트윈스(2020년)에서 함께 지낸 박용택(45)과 정근우(41)가 JTBC '최강야구'에서 다시 뭉쳤다.
최근 시즌1을 끝낸 '최강야구'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야구에 진심이다. 성적에 따른 선수 영입과 방출이 이뤄진다. 프로그램 초반, 총 30경기 가운데 10패(최종 21승 8패)를 하는 즉시 팀을 해체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스타를 모아 팀을 꾸려, 팀 이름도 '최강 몬스터즈'다. 초대 지휘봉은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잡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박용택과 정근우도 '최강야구' 원년 멤버로 활약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출범 40주년을 맞아 실시한 투표에서 박용택이 15위, 정근우가 38위를 차지했다. 박용택은 KBO리그 최다 안타(2504개)와 최다 경기(2236경기) 출장, 역대 최초 200홈런-300도루 달성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정근우는 역대 2루수 중 통산 안타·타점·득점·도루 부문 1위에 올라 있고,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각종 국가대표팀에서 맹활약했다.
멋지게 은퇴한 박용택과 정근우는 '최강야구'를 통해 다시 구슬땀을 흘린다. 선수 시절 못지않게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개인 일정 탓에 매일 훈련하진 못하지만, 김성근 감독 부임 후 늘어난 훈련량이 어마어마하다. 둘 다 "대충 할 수 없다. 더 잘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최강야구'는 오는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KT 위즈와 맞붙는다. 박용택은 "트라이아웃에 깜짝 놀랄 만한 선수도 참가했다. 올해 '최강야구'에서는 웃음기 빼고 야구에만 집중하겠다. 더 이상 (야구 못한다고) 놀림당하기 싫다"며 시즌2를 예고했다.
-대학과 프로에 이어 예능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박용택(이하 박)="쥐똥만 한 놈(정근우)이 눈치도 빠르고 하는 짓도 예쁜 후배였다. 선배에게 잘 다가왔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승부욕도 엄청났다. 그래서 많이 데리고 다녔다."
정근우(이하 정)="내가 까불까불한 성격이다. 형이랑 성격이 잘 맞아서 더 친해졌다. 그때 함께한 추억이 정말 많다."
정근우는 마지막까지 은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표팀과 프로 경력을 고려하면 의외였다. 정근우는 "당시 용택이 형이 '예고 은퇴'를 선언하고 원정 구장을 돌며 뛰고 있었다. 내가 은퇴를 미리 발표하면 방해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시즌1에서 타율 0.215로 부진했다. 반면 정근우는 타율·홈런·최다안타 3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박="핑계지만 프로야구처럼 계속 임팩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욕심을 내는 순간 끝났다."
정="원래 타격은 잘하는 사람이 잘 친다. 나는 거실에 배트를 놓고 하루 150차례씩 휘둘렀다. 눈에 보여야 배트를 돌리니까. 최우수선수(MVP) 수상 욕심도 살짝 있었는데, (유)희관이가 워낙 중요할 때 큰 역할을 해서 놓쳤다."
박="나도 근우처럼 하려면 할 수 있다. 올해는 선수 때처럼 루틴대로 야구할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말 한마디도 안 할 것이다. 예능적 요소를 포기했다. 더 이상 (야구 못 한다고) 놀림당하기 싫어서다. 올해는 내 실력을 다 보여드릴 것이다."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18세 이하 청소년대표팀과 경기 직전 다쳤는데.
박="너무 안타까웠다. 코로나19 시대에 모처럼 야구장에 많은 팬이 입장했다. 경기가 (LG 트윈스 홈인) 서울에서 열려서인지 관중석에 내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가장 많이 보였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면서 다시금 이런 환호를 받을지 몰랐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됐다. 컨디션도 날아갈 것처럼 좋았다. 몸을 푸는데 종아리에서 '찍' 소리가 났다. 많은 팬이 어렵게 찾아주셨으니, 100% 스윙이 어려워도 출전했다. 첫 타석에서 상대 실책으로 출루했는데 주루가 안 되더라. 벤치에서 교체 사인을 줬지만, 절뚝거리면서 나오고 싶지 않아 오기를 부렸다."
정="그날따라 (박용택이) 높은 강도로 무리하게 훈련하더라. 어이가 없었다.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이, 왜 저렇게 자기 관리를 못 하나 싶더라(웃음)."
-이승엽 감독이 떠난 뒤 감독 대행을 잠시 맡았는데.
박="3승 1패로 승률이 높았다. 예능적인 재미가 컸다. 댓글을 보니 '이게 예능이지'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선수들이 날 감독으로 보지 않더라. 특히 정근우와 이택근, 정의윤이 그랬다. 내가 말만 하면 선수들이 중간에 막 끼어들었다. 감독의 스트레스와 고뇌를 많이 느꼈다. 잠이 안 오더라."
정="난 반대였다. 과연 프로 무대에서 2504안타를 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기 분위기를 읽을 줄 모르더라. 이겨서 다행이지,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것을 느꼈다(웃음)."
-이대호가 은퇴 후 막판에 합류했다.
정="'과연 대호랑 다시 야구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흔쾌히 빨리 합류했다. 정말 좋다. 대호뿐만 아니라 함께 운동한 선수들이 다시 모여 즐겁다. 그 사이 다들 울음이 많아졌더라. 아쉽게 은퇴하거나,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 하고 그라운드를 떠난 선수들이 많다. 아픔과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최강야구'를 통해 다시 기회를 얻었다."
박="시즌 2에는 깜짝 놀랄 만한 지원자들도 있다."
은퇴 후 예능으로 향하는 스포츠 스타 출신이 늘어나고 있다. 박용택과 정근우는 야구 현장을 떠나지 않고 '본캐'에 충실하다.
박="예능뿐만 아니라 해설위원을 하고 있다. 베스트 포지션이다(웃음). LG 더그아웃에서만 야구를 보던 내가 해설위원을 맡으니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정="칼럼이나 유튜브를 통해 야구를 분석하고 이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밌다. 사실 난 얹혀서 가고 있다(웃음). 국가대표를 하면서 병역 혜택 등 국가와 팬들로부터 얻은 게 많다. 그래서 양상문 여자 야구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코치직 제안을 받자마자 수락했다. 대신 돈은 받지 않고,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다."
-현장 복귀 생각은.
박="마음은 있다. 다만 다각도로 생각 중이다. 은퇴한 지 2년 정도 지나니까 (현장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린다. 어느 팀, 어떤 보직이든 이때다 싶을 때 돌아가겠다."
정="현재 계획은 없다.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막내딸이 피겨 스케이팅을 하고 있다. 새벽 4시 훈련장으로 데려다준다. (세 남매의) 아버지와 지도자 역할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당분간은 가족을 돕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