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다미와 전소니가 인생에 가장 소중한 우정을 담은 영화 ‘소울메이트’(감독 민용근)를 선보인다. ‘소울메이트’는 첫 만남부터 서로를 알아본 두 친구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 그리고 진우(변우석)가 기쁨, 슬픔, 설렘, 그리움까지 모든 것을 함께 한 이야기다.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원작으로, 한국적인 감성을 잘 덧입혀 만들었다.
미소와 하은의 찬란한 어린시절은 제주도라는 공간적 배경에서 시작된다. 어느날 제주도로 전학온 미소는 하은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마음이 통하는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부터 성향까지 참 다르다. 하은은 따뜻한 부모님 밑에서 안정적으로 살아왔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미소는 현재는 어머니와도 따로 살며 게스트하우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산다. 두 사람은 어린 고양이 ‘엄마’를 구조해 데려올 때도 참 달랐다. 고양이를 사진처럼 똑같이 그린 하은과는 달리, 미소는 추상적인 그림에 고양이의 마음을 담는다.
동적인 미소와 정적인 하은, 너무나 다르지만 모든 것을 공유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하은이 진우을 좋아하게 되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긴다. 동아리 소개팅에서 하은과 진우가 맺어지자, 이제 두 사람은 세 사람이 되어 청춘의 시간을 보낸다. 진우는 자유로운 미소에게 은근히 끌린다. 그리고 이를 눈치챈 미소는 제주도를 떠나 밴드부 남자와 함께 서울로 가는 선택을 하게 된다.
‘소울메이트’는 깊은 마음을 함께 나누던 두 사람이 성장해가며, 결국엔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렸다. 영혼까지 공유하던 미소와 하은 사이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이 끼어들게 되면, 그래서 두 사람이 예전만큼 솔직해지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소울메이트’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진부한 통속극을 비웃고 다른 결말로 나아간다.
‘소울메이트’는 언젠가는 돌아가고픈 고향 같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미소는 서울살이가 가장 힘들고 어두운 순간,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로 버거웠던 순간에 하은에게 돌아간다. 하은은 부모님과 남자친구 진우의 기대에 짓눌리는 순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혼란스러운 순간에 미소를 찾는다. 두 사람이 서로가 진정한 ‘소울메이트’라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배우 김다미와 전소니의 호연이 인상 깊다. 김다미는 발랄하고 털털한 여고생에서 의연하게 서울살이를 견뎌내는 청년, 사랑과 미래를 동시에 잃은 여성의 절망, 그리고 이 세월을 견디고 결국 어른이 된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나이에 맞게 변해가는 김다미의 분위기와 스타일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전소니는 첫사랑의 설레는 감정부터 친구를 향해 느끼는 질투, 동경, 부러움을 꾹 눌러 담아 표현한다.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삶을 이어가며, 웬만해서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어려울 일일 법일텐데 전소니는 숨쉬듯 하은을 만들어냈다.
민용근 감독은 ‘소울메이트’를 “누구에게나 눈을 감으면 떠올리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오랜 생활 삶을 덧대며 살아가도 마음속에 남는 고향처럼,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한 사람을 ‘소울메이트’를 보며 추억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