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지즈 경마장에서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0억원)를 두고 13두의 명마들이 1800m 단판 승부를 벌였다. 이 경주에서 일본 경주마 ‘판타라사’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경주마들은 우승과 더불어 3~5위를 차지하며 중동의 모래바람을 잠재웠다.
두바이에 이어 사우디도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전 세계 유수 경주마들을 초청하는 국제경마대회를 해마다 개최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2월 25일과 26일 양일간 총 상금 3535만 달러를 걸고 16개의 경주를 개최했다. 경마 비수기 시즌을 겨냥해 개최된 사우디컵의 상금을 사냥하기 위해 5대륙 22개국 1400두 경주마들이 출전을 신청하는 등 대회 시작 전부터 경마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경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고 상금이 걸린 사우디컵이었다. 2분이 채 걸리지 않는 숨 가쁜 경주에 전 세계 경마 팬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해 사우디컵 우승마인 ‘엠블럼 로드’, 북미 최고 인기마 ‘타이바’, 2022년 사우디컵 준우승마 ‘컨트리 그래머’, 일본 챔피언스컵 우승마 ‘준 라이드 볼트’ 등 강자들이 대거 출전을 알렸다.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가장 안쪽의 1번마 판타라사가 자리의 이점을 살리며 선두로 치고 나섰다. 이후 판타라사의 뒤를 일본 경주마 3두가 바싹 쫓았다. 결승선 100m를 남겨둔 상황에서 미국의 컨트리 그래머가 무서운 추격으로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판타라사가 가장 먼저 결승선에 코끝을 밀어 넣으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확정지었다. 2위는 대역전극을 노렸던 컨트리 그래머가 차지했다.
일본 경주마 판타라사는 2022년 두바이 터프 스테이크스 우승 등 그동안 잔디주로 경주에서 활약을 펼쳐왔기에 더트주로 경주인 사우디컵에서의 우승으로 이변으로 평가됐다. 판타라사는 선행 전략으로 가장 앞선에 위치하며 흙을 맞지 않는 전략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사우디컵을 포함해 이날 열린 8개의 경주 중 3개의 경주를 우승하며 경마 강국의 위엄을 세계에 알렸다.
한국 경주마가 사우디에 원정에 출전한 이력은 아직 없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그동안 두바이를 무대로 한국 경주마들이 원정출전을 펼쳤지만 앞으로 두바이 월드컵과 사우디컵을 연계하는 원정 출전을 기획하고 있다”고 중동 진출 청사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