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선수다운 탄탄한 몸. 독기가 꽉 찬 눈빛. 승부사의 기질을 타고난 것 같은 분위기를 성유빈에게서 읽었다면 영화 ‘카운트’를 선택한 건 옳은 판단이었다. 성유빈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카운트’를 볼 가치는 충분하니까.
성유빈은 ‘카운트’에서 승부 조작으로 억울하게 패한 고등학생 복서 윤우를 연기했다. ‘카운트’는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마이웨이’ 선생 시헌(진선규)이 오합지졸 제자들과 만나 세상을 향해 유쾌한 한 방을 날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풍성한 개성의 배우들 사이에서도 성유빈은 또렷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윤우는 실력만큼 반항기도 센 복싱 유망주. 타고난 실력을 갖췄지만 승부 조작으로 억울하게 패한 뒤 복싱에 대한 꿈을 접은 인물이다. 사회의 쓴맛을 보고 좌절한 인물답게 독기 가득한 면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윤우는 직진밖에 모르는 ‘마이웨이’ 스타일의 시헌과 케미가 돋보인다.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도 차가운 현실을 몸소 경험하며 좌절했던 윤우는 시헌을 만나 다시 한번 꿈을 향한 열정과 희망을 펼치고, 시헌도 선수 생활 은퇴 후 외면해왔던 복싱을 윤우로 하여금 다시 마주하며 성장하고 변화한다. 성유빈은 진선규와 함께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특별한 사제 케미로 감동과 웃음을 모두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유빈은 모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정도로 실력 있는 복싱 유망주 윤우를 연기하기 위해 7개월 동안 복싱 훈련에 임했다. 또한 사투리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만큼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전언. 더욱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단순히 억양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에 감정을 불어넣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성유빈은 사실 충무로에서 최근 몇 년간 각광받고 있는 블루칩이다. 복싱과 사투리 등 새로운 도전에도 망설이지 않은 성유빈의 노력은 왜 충무로 관계자들이 그를 주목하는지 실감하게 한다. 실제 성유빈과 작업을 한 많은 감독이나 스태프들은 배우로서 성유빈이 가진 잠재력을 늘 언급하곤 했다.
2011년 영화 ‘완득이’로 데뷔, 2013년 단막극 ‘하늘재 살인사건’에서 인상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성유빈은 이후로 차근차근 성장, 2019년 ‘부일영화상’, ‘황금촬영상’ 신인남우상 ‘들꽃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작년에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브로커’, ‘마녀 파트2’ 등 세 작품에 출연했을 만큼 꾸준히 일하는 배우기도 하다.
‘카운트’ 제작사 필름K 김정민 대표는 성유빈에 대해 “카메라가 켜지면 에너지가 달라지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카메라 앞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고 닦는 데 능숙한 이 배우는 지난 10년여간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갈고닦아 왔다. 이렇게 쌓인 에너지가 ‘카운트’ 이후 또 어떤 작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