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은구 기자] 법원이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SM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치열했던 SM 인수전의 승기가 하이브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하지만 SM 현 경영진이 그대로 물러설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다. 현 경영진이 반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는 31일 예정된 SM 주주총회가 그 무대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SM vs 하이브, 이사회 놓고 총력전 예상
SM 주주총회의 중요성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강조한 바 있다. 방시혁 의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직접 주주총회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방시혁 의장은 “지분 확보 여부는 우선순위가 아니다”라며 “주주총회가 가장 중요하며 주총에서 실제로 지지를 얻어야 저희가 원하는 이사회가 구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이사회의 주도권 확보다. 이사회는 주주를 대신해 회사 경영을 담당하는 이사들이 모인 회의체다. 이사들은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한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SM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확보한 지분은 20% 미만인 만큼 SM 이사 선임을 자신들이 원하는 인사들로 꾸릴 수 있을지는 주주총회를 거쳐봐야 한다.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SM 현 경영진도 앞서 발표한 ‘SM 3.0 시대’를 열기 위해 SM 팬들인 ‘핑크블러드’와 개인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M 콘텐츠에 열광하는 팬들은 자신들에게 SM의 기업 상징인 분홍색의 피가 흐른다는 의미로 ‘핑크블러드’라는 별명을 붙여 사용해 왔다.
SM은 지난달 22일 사내이사 후보로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최고 재무 책임자(CFO), 김지원 SM엔터테인먼트 마케팅센터장, 최정민 SM엔터테인먼트 글로벌비즈니스센터장을 제안한 상태다. 하이브는 이재상 하이브아메리카 대표와 정진수 하이브 최고법률책임자(CLO),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다.
SM 현 경영진을 이끄는 이성수 대표가 주주총회에서 반전을 이끌기 위해 추가 폭로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성수 대표는 그 동안 두차례에 걸쳐 공개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이수만 프로듀서가 설립한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CT Planning Limited)을 통해 SM아티스트 해외 음반 제작 계약 체결 ▲CTP를 통한 역외탈세 의혹 ▲이수만이 직접 또는 측근을 통해 아티스트들에게 ‘이수만이 필요하다는 성명을 내라’는 것 요구 ▲이수만이 자신을 위한 주총대응반 설립 요구 ▲이수만 없는 회사는 매출액이 나오지 않도록 1분기 매출액을 낮출 방안을 요구 등을 했다고 폭로했다.
◇카카오 “내부 논의 후 입장 정리”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에 대해 SM의 1119억원 규모 제3자배정 신주 및 1052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의 대상이었던 카카오는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카카오 측은 법원의 인용결정이 나더라도 SM 인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가처분 인용이 나오자 복잡한 계산을 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SM 주식을 공개매수할 경우 지난 3일 종가 기준 13만원에 육박하는 현재 주가가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놓고 싸움이 격화되면서 SM의 이미지에 흠집이 생긴 만큼 현재 주가에서 공개매수를 한다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SM 주가는 지난달 9일까지도 종가 기준 9만원대였다.
카카오 관계자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내부 논의 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즉답을 미뤘다. SM 측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유성)는 지난 3일 이수만 프로듀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SM의 카카오 대상 신주·CB 발행에 대해 자금 수요와 조달이 구체적으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 하락이나 지배권 약화 등 불이익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른 전략적 제휴 및 자금 조달 방안들을 구체적이고 신중하게 검토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법원의 가처분 인용 직후 SM 구성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SM의 ‘포스트 이수만’은 내 오랜 고민이었다”며 “내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고 밝혔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하이브, 카카오를 비롯해 펀드, 대기업, 해외 글로벌 회사 등이 SM을 원했고 나를 찾아왔다”며 “그(방시혁) 또한 나처럼 음악에 미쳐살았고 BTS라는 대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저는 그가 저와 같은 애정으로 아티스트를 대한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분이 궁금해한 내 선택의 이유는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SM이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주주 및 구성원, 아티스트의 권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