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3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이제 한 라운드만을 남겨놨다. MVP(최우수선수) 후보 윤곽도 드러났다. '절대 1강' 안양 KGC의 변준형(27), '디펜딩 챔피언' 서울 SK의 김선형(35), 그리고 3점 슛의 새 역사를 노리는 전성현(32·고양 캐롯) 셋의 경쟁이다.
가장 강한 임팩트를 남긴 건 전성현이다. 5일 기준 평균 18.5점으로 국내 선수 1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3점 슛 평균 3.6개(성공률 38.4%) 누적 160개를 성공시켰다.
MVP 후보가 될 때까지 전성현이 걸은 건 '꽃길'이 아니었다. 최근 고양체육관에서 본지와 만난 전성현은 "2013년 KGC에 입단했을 때 포워드들이 좋았다. 루키 시즌이 끝나니 이정현 형도 전역했고, 트레이드로 강병현 형도 왔다. 밑에는 한희원과 문성곤이 입단했다. 내가 기회를 못 받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전성현을 지켜낸 건 멘털이다. 전성현은 "(주전으로 뛸 수 있게) 준비는 항상 했다. 기회만 오면 언제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정현 형이 떠나는 등 빈자리가 생겼고, 그 기회를 잘 잡아가면서 지금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최고 슈터로 성장한 비결도 마찬가지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재능을 갖춘 선수들을 수없이 봤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멘털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무너졌다"며 "그렇게 중·고등학교 때 정말 잘했던 선수들이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프로에 와서도 그 부분 때문에 무너지는 이들이 많았다"고 돌아봤다.
재능이 그들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전성현은 살아남았다. 그는 "돌아보면 난 정말 무엇 하나 특출난 게 없던 선수였다"며 "그래도 슛으로 저 선수는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그 한 명은 이겼다. 슛 하나는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을 계속 지켜왔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지난 시즌 최고 슈터(3점 슛 평균 3.3개·1위)로 성장한 그는 올 시즌 FA(자유계약선수)가 돼 캐롯으로 이적했다. 새 팀에서 부담감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었다. 기존 주축이던 이승현과 이대성이 이적하면서 전성현 홀로 팀을 지켜야 했다. 상대의 압박과 견제가 오롯이 그를 향했다.
세간의 시선도 마찬가지다. 캐롯의 간판이고, MVP와 3점 슛 기록에 도전하는 전성현을 바라보는 이들도 늘었다. 응원도 있지만, 비난도 늘었다. 그의 소셜네트워크(SNS) 계정으로 비난 댓글과 메시지가 날아오는 일도 더 빈번해졌다.
전성현의 멘털은 단단하고, 그래서 당당하다. 전성현은 "KGC에 있을 때도 받았지만, 캐롯에 온 후 경기 승패와 상관없이 비난 메시지가 날아온다"고 했다. 전성현은 "평소 나나 캐롯을 응원해주신 팬이 아니라 그저 비난을 위한 가계정이라면 제대로 반박한다"고 했다. 그는 "대꾸할 가치도 없지만, 분명 다른 선수들한테도 똑같이 행동할 사람들이다. 내 선에서 끊거나 고소를 해 다른 선수들에게 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성현은 "상대가 욕했다고 선수가 욕할 필요는 없지만, '댓글봇'이라 생각하고 그냥 똑같이 받아쳐 주면 결국 도망가더라. 그러니 다른 선수들도 '한 번 받아쳐 보시라'고 전하고 싶다. 처음에는 당황스럽지만, 그것도 하나의 연습"이라며 "멘털도 더 세지고, 코트 위에서 감독님한테 욕먹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선수들도 상처받지 말고 유연하게 받아보면 좋을 것 같다"고 웃었다.
전성현에게는 9경기가 남아 있다. 현재 페이스를 이어갈 경우 3점 슛 약 192개를 성공시킬 수 있다. 우지원 전 해설위원이 세운 역대 1위 기록(197개)에 근접하고, 전인미답의 200개 고지도 바라볼 수 있다. 전성현은 "욕심부리면 경기가 잘 안된다"면서도 “당연히 3점 슛 200개 기록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 아니, 사실 너무 깨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전성현은 "이미 꿈을 이뤘다"고 했다. 전성현은 "내가 MVP 후보에 올라갈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지난 시즌 베스트5를 탔던 게 커리어 첫 수상"이라며 "후보에 올라간 것도 기회를 준 동료들과 감독·코치님들 덕분이다. 수상에는 크게 욕심내지 않겠다"고 했다.
전성현은 "올 시즌이 내 농구의 가장 높은 곳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올 시즌은 선배님들과 비교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영광스럽다. 앞으로도 좋은 기량을 유지해 은퇴 후에도 선배님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