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는 6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2022~23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커리어 첫 MVP 수상이다. MVP 기자단 투표에서 김단비는 총 110표 중 107표를 얻어 김소니아(인천 신한은행·3표)를 제쳤다.
김단비는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다. 지난 2021년까지 올스타 팬 투표 6년 연속 1위를 달성했고, 오랜 기간 전 소속팀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0년부터 국가대표에도 단골로 나섰다. 그러나 MVP와는 인연이 닿지 못했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이 '레알 신한(레알 마드리드와 신한은행의 합성어)'으로 불리던 2007~08시즌부터 2011~12시즌까지 5연속 통합 우승을 함께 했지만, 당시에는 김단비가 에이스가 아니었다. 전주원, 정선민, 하은주 등 선배들을 받쳐주는 조연에 가까웠다.
이후 김단비가 리그 최정상 슈터로 성장했지만, 여자프로농구 판도는 우리은행으로 넘어갔다. 신한은행의 김단비는 팀 성적이 따라주지 않아 MVP 후보에 오르고도 수상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시즌은 달랐다. 신한은행 프랜차이즈였던 김단비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우리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고독한 에이스였던 그는 달라진 환경에서 제약과 견제에서 벗어나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김단비는 정규리그 전 경기(30경기)에 출전해 평균 31분 55초를 소화하며 17.17점(2위) 8.8리바운드(5위) 6.1어시스트(2위) 1.5스틸(2위) 1.3블록슛(1위)을 기록했다. 주요 기록 5개 부문에서 모두 5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고, WKBL이 산정한 공헌도(10.57.35)에서 전체 1위에 올랐다. 정규리그 1, 2, 4라운드 MVP를 거머쥐었고, 우리은행의 압도적인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6일 열린 시상식의 주인공도 물론 김단비였다. 김단비는 블록상, 우수 수비 선수상, 맑은 기술 윤덕주상(통계상), 베스트 5 포워드 부문상, 정규리그 MVP까지 5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역대 7번째 여자농구 5관왕이다. MVP 수상자 발표 전 시상자가 후보 영상 소개를 잊을 정도로 독보적인 후보였다.
김단비 자신도 시상식의 주인공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시상대에 올라 "(여러 부문에서) 수상을 모두 기대하고 있다"며 "총상금을 얼마나 받게 되는지 다른 선수들이 세고 있다"고 웃었다. 베스트5 포워드 부문을 수상한 후에는 "은퇴하는 날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다짐도 전했다.
김단비는 MVP 수상 후 "이 상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가장 많은 감사를 전한 건 신인 시절 코치로 함께 했고, 우리은행에서 감독으로 다시 만난 위성우 감독이었다. 위 감독도 이날 지도자상을 받았다.
김단비는 "난 16년 전 슛도 하나 제대로 못 쏘고 수비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힘도 제대로 못 쓰는 몸만 좋은 선수였다"며 "(코치였던) 위성우 감독님이 그런 나를 한 팀의 에이스로 만들어주셨다"고 했다. 이어 "그때는 진짜 힘들었다"고 웃으면서 "그때는 힘들어서 몰랐지만, 나이를 먹어보니 그때 감독님의 가르침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때 감독님을 만날 수 있던 게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친정팀 신한은행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김단비는 "신한은행에서 보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김단비라는 선수가 존재한다는 걸 영원히 잊지 않겠다. 감사드린다"며 "신한은행을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한다. 항상 마음 한켠에 있다"고 했다.
한국 나이 서른넷. 김단비는 천천히 내려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단비는 "내가 열심히 이 자리를 지켜야 후배 선수들이 나를 이기기 위해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라며 "난 그렇게 커왔다. '레알 신한' 시절 전주원 코치님, 정선민 감독님 등 좋은 선배들이 워낙 많았다. 그래서 '저 언니들을 한 명 한 명 이기면 내가 저 자리에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후배들도 더 열심히 해서 날 이겼으면 좋겠다. 이미 날 이긴 선수들도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조금이라도 덜 늦게 후배들에게 따라잡힐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이룬 김단비는 이제 플레이오프(PO)에서 11년 만의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PO나 챔프전 경험이 어릴 때나 많았지, 지금은 너무 낯설다. 박혜진과 박정은 언니에게 살짝 빌붙어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면서 "이기는 게 먼저다. 쉽게 긴장하는 편인데 덜 긴장하고 팀이 승리하는 데에만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남겼다.
한편 베스트 5에는 김단비와 함께 포워드 김소니아(신한은행), 가드 박지현(우리은행)과 이소희(부산 BNK), 센터 배혜윤(용인 삼성생명)이 수상했다. 데뷔 21년 차 한채진(신한은행)은 1984년 3월 14일생으로, 올 시즌 티나 톰슨의 여자농구 최고령 출장 기록(38세 314일)을 경신해 특별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