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부터 이형종(34)을 주전 외야수로 못박았다.
키움엔 주전급 외야수가 많다. 국가대표팀 테이블 세터 중 한 명이었던 '베테랑' 이용규, 지난 시즌(2022) 좌익수로 가장 많이 나선 김준완, '거포 유망주' 박찬혁 그리고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임병욱 등.
간판타자 이정후가 지키는 중견수 외 다른 두 자리(좌익수·우익수)는 치열한 자리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사령탑은 '이적생' 이형종에게 우익수를 맡겼다. 이미 지난해 11월 내린 결단 같다. 키움은 퓨처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형종에게 총액 20억원(기간 4년)을 투자했다. 외부 FA 영입에 인색했던 키움이 이례적인 행보를 보인 것. 그만큼 이형종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형종은 '전' 소속팀(LG 트윈스)에서 뛴 지난 2년(2021~2022) 주전에서 밀렸다. 하지만 키움은 이형종이 풀타임으로 뛰면 더 많은 홈런을 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4시즌(2018~2021)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할 만큼 장타력이 좋은 타자다. 2020시즌은 81경기(323타석) 밖에 나서지 않고도 17개를 쳤다.
이형종은 LG 시절, '광(狂)토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적토마'로 불렸던 팀 레전드 이병규의 후계자가 돼주길 바라는 LG팬 마음과 이형종 특유의 저돌적인 플레이가 합쳐진 표현이었다.
키움 오른쪽 외야는 지난 시즌까지 '야생마'로 불린 야시엘 푸이그가 맡았다. 그는 좋은 성적(타율 0.277·21홈런)을 남기며 재계약 전망을 밝혔지만, 도박 관련 위증 혐의로 재판대에 서게 됐다. 키움은 푸이그와 결별을 선택했다.
공교롭게도 광토마가 야생마의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적 뒤 첫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돌아온 이형종은 "계약 과정에서도 나를 정말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감독님께서 시즌 개막 전부터 믿음을 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된다.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는 것 같다. 책임감도 더 강해졌다"며 웃어 보였다.
새 유니폼을 입고 훈련한 한 달 동안 이형종은 기대감이 커졌다. 키움이 개막을 앞둔 시점엔 저평가를 받으면서도 결국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형종은 "이전부터 '저(키움) 팀은 왜 야구를 잘 하는가' '체구에 비해서 힘이 좋은 타자들이 왜 많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내부에서 보니 몸을 만드는 훈련을 정말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는 것 같더라. 여기에 선수의 자율을 추구하면서도 그 안에 규율도 잘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키움은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캡틴은 1998년생 이정후다. 1989년생 이형종보다 선배는 이지영·이용규 정도다. 이형종은 새 팀에서 후배들에게 배우고 있다. 그는 "나도 원래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그래도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형종은 투수로 입단했지만, 타자로 전향한 뒤에도 주전급 경쟁력을 보여줬다. 그 특별한 재능을 다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