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는 지난 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WBC 대비 SSG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대표팀의 선발 투수로 출전, 3이닝 동안 13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노히트 무실점 활약을 펼쳤다.
고영표는 3회까지 노히트 완벽투를 펼쳤지만, 계획된 투구 수가 한참 모자라 4명의 타자를 더 상대하고 내려왔다. 고영표는 11번째 타자까지 범타 처리한 뒤 12번째 타자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추가 출루는 없었다. 이날 대표팀 투수들이 남은 15이닝 동안 19개의 안타와 11개의 볼넷을 내준 것에 반해, 고영표는 안타 하나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사실 대표팀 투수진의 난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의 강추위와 악천후가 투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방해했고, 귀국 날엔 항공기가 결항되면서 버스로 8시간을 이동하는 강행군까지 이어졌다. 투수진이 제 컨디션으로 공을 던지기 힘든 상황이었다. 고영표도 WBC 공인구 문제와 건조한 날씨에 애를 먹은 바 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고영표는 희망을 던졌다. 완벽한 컨디션을 자랑했다. 고영표는 3일 경기 후 “준비는 끝났다. 몸 밸런스가 훨씬 좋아졌고, 돔구장은 날씨가 건조하지 않아 공인구 적응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오늘은 (미국 전지훈련 때보다) 훨씬 편한 경기를 펼쳤다”라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오는 9일 열리는 대회 첫 경기 호주전 선발 유력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호주 선수들로선 생소한 사이드암 투수에,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변화구 대처가 약한 호주에 강한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이강철 감독은 호주전 선발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현재로선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고영표가 호주전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7일 평가전에서 제외된 것을 고려한다면 고영표의 호주전 선발 가능성은 99%나 다름없다.
고영표도 마음의 준비는 다 돼 있다. 3일 그는 “(호주전에 출전한다면) 준비해왔던 대로 던지려고 한다. 최대한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면서 내 장점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체인지업과 제구를 잘 살려 범타 유도를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리그를 대표하는 ‘땅꾼(땅볼 유도형 투수)’으로서 고영표는 토미 에드먼(28·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이끄는 ‘황금 내야진’을 향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마음 놓고 땅볼을 유도해도 될 것 같다. (두 선수가) 피곤하겠지만,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라며 두 선수를 향해 당부하기도 했다.
고영표는 이번 대회에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자 한다. 그는 당시 미국전과 일본전에 등판해 9와 3분의 2이닝 동안 6실점 한 바 있다. 고영표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그때는 밸런스가 아쉬웠다. 그때보다 더 견고한 피칭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2년 전 아쉬움을 만회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본선 1라운드 통과를 위해서 첫 경기 호주전은 상당히 중요하다. 고영표의 어깨가 무겁다. 고영표가 호주전 선발로 나서서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갈지, 또 고영표의 호투로 대표팀이 기분 좋은 승리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