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3월에 열리는 제5회 WBC 다크호스 중 하나다. 한국·일본과 함께 '아시아 야구 3강'을 자처하지만 WBC에선 매번 아쉬움을 남겼다. 자국에서 1라운드를 치른 2013년 3회 대회에선 한국을 탈락시키며 1라운드를 통과했지만 2라운드(8강)에서 일본과 쿠바에 연패를 당했다. 특히 2라운드 1조 패자전에서 만난 쿠바를 상대로 0-14, 7회 콜드게임으로 패해 자존심을 구겼다. 이번 대회에서 대만은 선수 구성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달 6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린위에핑 야구대표팀 감독은 "국가대표 30명을 선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오늘 아침까지 명단을 확정하지 못했다"며 고심의 흔적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만의 WBC 최종 엔트리는 투수 14명, 포수 3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꾸려졌다. 국내파와 해외파가 적절하게 섞였다는 평가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뛰는 에이스 창이(세이부 라이온즈)의 이탈은 아쉽다. 창이는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2차전, 한국전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 쾌투로 7-0 대승을 이끈 주역이다. 당시 김광현(3과 3분의 1이닝 3실점)과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대회 베스트 11에도 뽑혔다. 그런데 최근 오른 어깨에 염증(활액낭염)이 발견돼 WBC 출전이 불발됐다. 그의 이탈은 뼈아프지만 대체 자원이 없는 건 아니다.
오른손 투수 쑹자하오(라쿠텐 골든이글스)는 만만하게 볼 선수가 아니다. 2017년부터 NPB에서 5년째 활약하며 불펜에서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에는 54경기에 등판, 20홀드 평균자책점 2.61로 활약했다. 2년 연속 20홀드, 4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따낸 핵심 불펜. 직구 최고 구속이 150㎞/h를 훌쩍 넘는다. 우녠팅(세이부 라이온스)과 왕보룽(니혼햄 파이터스)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우녠팅은 2021년 NPB에서 두 자릿수 홈런(10개)을 때려낸 경험이 있다. 왕보룽은 파워가 강점인 거포. 대만 프로야구(CPBL)에서 뛰던 2016년과 2017년에는 4할 타율을 달성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만 전력의 핵심은 장유챙과 린쯔웨이다.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한 장유챙의 통산(4년) 성적은 196경기 타율 0.213(489타수 104안타) 14홈런 61타점이다. 104안타는 역대 대만 출신 메이저리그(MLB) 최다안타 기록. 2021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홈런 9개를 쏘아 올리기도 했다.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렸고 최근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했다. 린쯔웨이는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통산 빅리그 102경기를 소화한 경력자. 현재 소속팀이 없어 누구보다 간절하게 WBC를 준비하고 있다.
대만은 네덜란드, 쿠바, 이탈리아, 파나마와 함께 WBC A조에 속했다. 대만 타이중에서 1라운드를 치르는 만큼 개최지 이점을 안고 경기를 치른다. 앞선 대회 부진을 만회할 좋은 기회다. 린위에핑 감독은 "우리는 경험과 경력 면에서 대만 최고의 인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