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긴장은 풀 수 없는 거다. 그게 가능하다면 정신적으로 대단한 선수일 거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하루 앞둔 야구대표팀 선수들은 결연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에 10번째로 태극마크를 단 김현수(35‧LG 트윈스)도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다. 긴장은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대상이라는 게 베테랑의 설명이었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준비는 잘했다. 준비한 대로 되지 않는 게 야구이기 때문에, 그러더라도 꼭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WBC 대표팀은 2006년 4강, 2009년 결승에 진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2013년과 2017년 대회에서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서 0-5로 졌다. 2017 WBC 1차전에서는 이스라엘에 1-2로 덜미가 잡혔다. 이 기억을 잊기 어려운 탓에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는 첫 경기부터 선수들이 너무 긴장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현수는 “(국제대회에) 많이 나왔는데도 제가 가장 많이 긴장하는 거 같다. 긴장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상대도 마찬가지다. (긴장을) 풀도록 노력하고, 첫 경기를 어떻게든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9일 낮 12시 호주전, 10일 오후 6시 일본전에 대한 심적 부담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긴장감을 노련하게 관리하는 중이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양현종(KIA 타이거즈)도 “첫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대회 끝날 때까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다. 부담스럽지만, 잘해야 하는 경기”라며 “호주에는 힘 있는 선수(타자)도 많고, 정교한 타자도 많다. 야구라는 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스포츠다. 전력을 다하는 모습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나성범(KIA)도 “현수 형과 함께 좋은 분위기에서 훈련을 해왔다. 새 시즌 새로운 선수들과 야구를 하는 (평소 같은) 기분으로 뛰겠다. 저희가 준비한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에 앞서 따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호주를 상대로 지금까지 전승(8승) 했다고 해서 방심하지 않는다. ‘가벼운 긴장’이라고 해야 할 거 같다. 우리는 여길(도쿄) 벗어나서 (준결승과 결승전이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로 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과 붙는 데이브 닐슨 호주 대표팀 감독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견고한 팀이다. 준비가 잘 된 것 같다”며 “우리도 많이 준비했다. 매우 팽팽하고 치열한 경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닐슨 감독은 한국전 선발로 왼손 투수 잭 올로클린(23)을 예고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마이너리그팀 선수인 올로클린은 1m96㎝의 거구다.
당초 한국전 선발로 KBO리그 경험이 있는 워윅 서폴드(33‧전 한화 이글스)가 유력하게 꼽혔다. 그러나 닐슨 감독은 젊은 올로클린을 발탁했다. 예전에 비해 구위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진 서폴드는 불펜에서 한국전을 준비할 전망이다. 한국 대표팀은 올로클린에 대한 분석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호주전 선발 투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규정에 따라 이날 오후 9시에 대회 조직위원회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