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 엿보는 호주 (도쿄=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호주의 경기. 7회말 1사 상황에서 한국 강백호가 2루타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비디오판독 결과 발이 2루에서 떨어져 아웃 판정됐다. 2023.3.9 jieunlee@yna.co.kr/2023-03-09 16:47:28/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강백호(24·KT 위즈)가 역대급 '본헤드 플레이'를 범하며 한국 야구 대표팀의 패전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와의 B조 1라운드에서 7-8로 패했다. 반드시 승리해야 10일 일본전에서 패하더라도 조 2위로 8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한국은 경기 초반 타선이 침묵하며 0-2로 끌려갔다. 5회 말 양의지의 3점포, 6회 말 박병호의 적시타로 4-2 역전에 성공했지만, 셋업맨 김원중이 7회 초 로비 글렌다이닝이게 3점 홈런을 맞고 다시 리드(스코어 4-5)를 내줬다.
동점 득점이 절실했던 시점에서 최악의 흐름이 이어졌다. 7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강백호가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로 아웃당했다.
상황은 이랬다. 강백호는 상대 투수 워윅 서폴드로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장타를 쳤고, 2루를 밟은 뒤 한국 더그아웃을 향해 팔을 치켜들며 세리머니를 했다. 하지만 이 순간 그의 발이 2루에서 떨어졌고, 좌익수 울리치 보하르스키로부터 공을 받은 호주 2루수 글렌다이닝이 재빨리 태그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호주는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판정 번복을 끌어냈다.
강백호는 일단 베이스를 밟은 뒤 심판에게 재정비를 위한 '타임'을 요청했어야 했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자신이 베이스를 벗어났는지 알지 못하고 세리머니를 하는 건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강백호는 서폴드의 공을 친 순간에도 천천히 1루로 향했다. 마치 홈런을 예단한 것처럼 말이다. 그의 시선은 공이 아닌 1루를 향했어야 했다. 주루 플레이부터 문제가 있었다.
한국 후속 타자 양의지는 중전 안타를 쳤다. 강백호가 2루에 있었다면 5-5 동점을 만들 수 있었다. 강백호의 본헤드 플레이가 더 아쉬웠던 이유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한국은 7회 말 득점에 실패했다. 8회 초 등판한 투수 양현종이 로비 퍼킨스에게 3점 홈런까지 맞으며 점수가 4-8로 벌어졌다. 8회 말 공격에서 상대 투수들의 제구 난조 속에 3점을 추격했지만, 결국 동점은 만들지 못했다.
강백호는 국제대회마다 잡음을 만드는 장본인이 됐다. 지난 2021년 출전한 도쿄 올림픽에서도 논란을 자초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이 지고 있던 상황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고, 이를 본 야구팬들의 큰 비난을 받았다.
당시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나서 이 장면을 지적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나오지 않았으면 좋았을 장면"이라고 했다. 강백호는 이번 WBC를 앞두고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에 다시 사과드린다. 이번 대회에선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며 도쿄 올림픽 '태도 논란'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2022시즌 부상으로 부진했던 자신이 대표팀에 발탁된 것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강백호의 플레이는 한국의 패전에 분명히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야구는 한수 아래로 평가받던 호주에 져 망신을 당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폭스 스포츠는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강백호가 아웃당하는 장면을 게재했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강백호가 너무 기뻐서 뛰어오르다가 다리가 떨어져 태그 아웃당했다. 호주에는 기쁨이었다"며 조롱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강백호에 대해 "빨리 잊고 다음 경기 대비하기 바란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