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도쿄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라운드 2차전 일본전을 앞둔 한국팀 더그아웃은 분주했다. 전날 호주에 충격패를 당한 한국 야구대표팀은 무거운 얼굴로 도쿄돔에 입장했다. 그러나 훈련이 시작되자 애써 긴장을 풀려고 했다.
이들을 가장 열심히 응원한 이들은 대표팀 선배이자 방송사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찾은 이들이었다. MBC 객원 해설위원으로 도쿄를 찾은 이종범 LG 코치는 “내가 대신 뛸 수는 없고, 방망이에 기를 넣어줘야겠다”라며 더그아웃에 있는 방망이를 하나하나 잡았다. 그리고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듯 힘을 꽉 줬다.
이종범 코치가 더그아웃에서 방망이를 잡는 동안 그의 아들 이정후가 나타났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인사한 뒤 귓속말을 속삭였다. 이종범 코치도 무언가를 답해주려다 두 부자는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포옹이 부담감이 클 아들에게 큰 힘이 된 것 같았다.
한편 SBS 해설위원으로 도쿄를 찾은 이대호도 “어제 손에 땀이 나서 혼났다. 이상한 플레이가 나오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겠더라. 선수들이 많이 긴장하는 것 같다. 특히 첫 경기, 첫 타석, (수비 때) 첫 포구는 정말 떨린다. (어제 주루 실수를 한) 강백호도 너무 비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띄워 보려다(세리머니를 하다가) 실수한 것”이라고 후배를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