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새 시대를 열게 될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이른바 ‘벤투볼’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이 남긴 유산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는데,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긍정적인 뜻을 내비친 것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9일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취임 공식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외부에서 봤을 때 대단한 일을 했고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며 “개인적으로 이전 감독의 스타일을 이어가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8년부터 역대 최장수 감독으로 재임하는 기간 경기를 주도하고 후방에서부터 공격을 전개하는 스타일을 한국 축구에 심었다. 재임 기간 내내 의문부호가 잇따랐던 것도 사실이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적인 팀들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는 경쟁력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자연스레 벤투 감독이 이끈 지난 4년이 헛되지 않도록 큰 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사령탑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앞서 마이클 뮐러(독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클린스만 감독 선임 직후 “감독들의 개성은 다르다. 특정 감독 축구를 카피하는 게 아니라 한국적 요소를 어떻게 겸비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벤투 감독 스타일과 선을 긋는듯한 발언이 비판을 받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행히 클린스만 감독은 직접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벤투볼의 계승을 확언했다. 그는 “지속성을 가지고 예전 스타일을 가져가는 건 중요한 일”이라며 “선수들의 생각도 들어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표팀 선수들이 벤투 감독의 전술과 스타일에 크게 만족감을 드러내왔다는 점을 돌아보면 선수들도 벤투호 스타일을 이어가는데 긍정적인 뜻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볼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색채도 더할 계획이다. 핵심은 '공격 축구'다. 실점에 대한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는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첫 포부다. 그는 선수 시절 세계적인 스트라이커이기도 했다.
그는 “감독으로서 항상 선수에게 맞춰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 선수들의 능력을 보면서 접근할 것”이라면서도 “내가 공격수 출신이다 보니 공격적인 축구를 좋아한다. 1-0으로 이기는 것보다는 4-3으로 승리하는 걸 더 선호한다”며 많은 득점이 터지는 경기를 구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의 포부는 한국의 역대 월드컵 한 경기 최다골(2골) 경신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로도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클린스만이 상대팀 선수로 뛰었던 지난 1994 미국 월드컵(한국 2-3패)에서도 2골을 넣고도 패배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 당시 한국은 3번째 골까지 넣을 뻔했다. 그때 한계를 깨지 못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이면서도 “이제는 그 한계를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선보일 첫 스타일은 오는 24일 울산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전,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전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에 앞서 13일 지난 카타르 명단을 주축으로 한 클린스만호 1기 명단이 발표되고, 일주일 뒤 파주 NFC에서 첫 소집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