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체코전에 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피안타는 단 1개였고, 4사구는 하나도 없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50㎞가 나왔고, 탈삼진은 8개 뽑았다. 한국은 7-3으로 이겼다.
앞서 호주와 일본전에 패해 벼랑 끝에 몰린 대표팀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이날 승리뿐만 아니라 '다득점-최소 실점'이 필요했다.
선발 투수 박세웅이 최대한 실점을 억제하고 긴 이닝을 막아줘야 했다. 그는 이런 부담감을 극복하고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4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며 대표팀의 6-0 리드를 견인했다. 5회 초 체코 4번 타자 마르틴 체르벤카에게 선두 타자 2루타를 헝용했다. 이후 두 타자를 삼진 처리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 투구 수 59개를 기록한 박세웅을 내리고, 곽빈으로 교체했다. 곽빈이 2루에 있던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아 박세웅은 무실점으로 등판을 마감했다.
롯데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든든하다. 2017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통해 성인 국제무대에 데뷔한 박세웅은 2020 도쿄올림픽, 2023 WBC까지 총 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42로 좋은 모습이다. 총 12와 3분의 2이닝을 던졌고, 피안타 8개를 기록하고 있다.
박세웅은 이번 대회를 위해 소속팀 롯데의 괌 전지훈련에 동행하지 않고 국내에 남아 자신만의 방법으로 훈련했다. 3월 대회를 위해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서울과 괌을 왔다 갔다 하는 이동 시간까지 아껴 WBC 대비 훈련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어서다. 개인 훈련을 진행했음에도 2월 1일 곧바로 불펜 피칭을 실시할 만큼 스스로 몸을 잘 만들었다. 그는 "(2주 동안 1군) 캠프 미참가에 대해 굉장히 오래 고민했다. '네가 책임질 수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된다'고 믿어주셔서 나도 책임감을 안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박세웅은 지난 7일 한신 타이거스와 평가전에 선발 등판해 2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이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10일 일본전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박세웅은 4-13으로 뒤진 7회 말 2사 만루에서 대표팀의 10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7회 말 등판 상황에서 한 점을 뺏길 경우 콜드 게임 패배를 당할 위기였다. 박세웅은 오카모토 가즈마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7회를 마무리했다. 이어 8회에도 마운드를 지키며 삼자범퇴 처리했다. 이날 등판한 한국 투수 중 1과 3분의 1이닝 퍼펙트 투구로 내용이 가장 좋았다. 앞서 젊은 투수들이 4사구를 남발할 것과 달리 자신 있는 승부가 돋보였다. 투구 수 11개 중 스트라이크가 9개였다. 박세웅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려 노력했던 것이 조금은 통한 것 같다"고 전했다.
12일 한 수 아래의 체코를 맞아서도 자신감 있는 투구가 엿보였다. 스트라이크 비중은 62.7%(37개)였다. 반면 박세웅의 뒤를 이은 불펜 투수들은 볼넷과 안타를 내주거나, 폭투를 범하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보름 동안 나 홀로 대회를 준비한 박세웅은 WBC에서 대표팀 투수 중 가장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