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니아(30·인천 신한은행)에게 2022~23시즌은 잊을 수 없을 커리어의 분기점이 됐다.
김소니아는 데뷔 후 줄곧 아산 우리은행에서만 뛰다가 지난해 신한은행으로 둥지를 옮겼다. FA(자유계약선수)도 트레이드도 아니었다. 친정팀 우리은행이 FA 최대어 김단비를 영입했고, 김소니아는 그에 따른 보상선수가 돼 신한은행으로 향했다.
1년이 흘렀고, 두 선수는 다시 시상대에서 만났다. 김단비가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를 포함해 5관왕을 차지했던 건 예견된 결과였다. 달라진 건 김소니아다. 김단비 대신 고독한 에이스가 된 그는 득점 1위와 베스트 5 포워드 부문을 수상했다. 커리어 첫 라운드 MVP(3·5라운드)도 수상했다. 정규리그 MVP 투표에서도 김단비(107표)를 제외한 유일한 득표자(3표)가 됐다.
새로운 팀에서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소니아는 베스트5 수상 후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이었다"며 "힘들 때 같이 있어 준 남편(이승준)에게 정말 고맙다. 절대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에게도 고맙다고 하고 싶다"며 스스로 키스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본지와 만난 김소니아는 "새로운 팀으로 이적은 처음이었다. 완벽한 팀이란 건 없지만, 두 팀의 문화도 달랐고 내 역할도 변했다"고 돌아봤다. 김소니아를 도운 것 중 하나가 가족의 힘이다. 남편 이승준은 지난 2월 김소니아의 어머니를 모시고 농구장을 깜짝 방문했고, 앞서 열린 올스타전에서는 아예 코트 내로 들어와 부부 맞대결로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사했다.
남편 이승준은 전 농구대표팀 센터다. 그는 집에서 아내의 전담 코치로 변신한다. 김소니아는 "지난 6라운드 부산 BNK전에서 마음에 안 드는 경기 내용이 많았다. 경기 영상을 복기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며 "그런데 오빠가 옆에서 보라고 재촉하더라. 무기력해지는 순간이었는데 함께 복기하며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옆에서 밀어줬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다 싸우기도 한다"고 웃으며 "남편은 항상 솔직하다. 그래서 필요하다. 순간 화도 나지만, 동기부여가 더 많이 된다"고 했다. 이어 "어머니는 반대로 맛있는 음식도 해주시고, 안 좋았던 부분을 생각하지 않게 해주신다. 나한테 두 사람의 밸런스가 잘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에이스로 보낸 첫 시즌. 김소니아는 우리은행 '원조' 에이스 언니들의 말이 이제 이해가 된다고 했다. "김정은 언니가 '에이스는 이겼을 때 기쁨과 졌을 때 슬픔을 다 겪어야 하는 자리'라고 했다. 언니들의 말이 이해되어가는 중"이라고 했다. 김소니아는 "우리은행 때는 공격 부분에서 (팀 상황상) 쓸 수 없는 스킬이 있었다. 역할이 에이스로 바뀌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활용해가고 있다"며 “한 경기 20점 정도씩 넣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었고, 득점상으로 보여줬다. 팀과 조화를 잘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게 앞으로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에이스는 개인 성적도 좋아야 하지만, 동시에 팀의 리더가 돼야 한다. 신한은행처럼 어린 선수들이 주전으로 많이 뛰는 팀은 더 그렇다. 김소니아는 “우리은행 때부터 나 자신에게 리더십은 내재돼 있던 것 같다. 다만 언어적인 걸림돌이 있어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 내가 하는 걸 보고 본받을 선수는 본받지 않을까"라고 했다. 여전히 한국어가 어려운지 묻자 "일상적인 건 문제가 없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짜깁기한 유치원생 수준"이라며 "공부용으로 드라마도 본다. 요새는 '더 글로리'가 너무 재밌더라”고 웃었다.
김소니아와 신한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우리은행, 그리고 김단비와 4강 PO(3전 2승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1차전은 우리은행의 65-51 완승으로 끝났다. 김소니아는 "우리은행은 솔직히 정말 강한 팀이다. 우리은행이 이길 가능성이 좀 더 높을 것"이라면서도 "농구는 모든 게 가능한 스포츠다. 팀으로서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하고, 운도 좀 따라야겠다"고 바라봤다.
김소니아는 "단비 언니와 같은 문장에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과분하다. 단비 언니는 MVP를 받기까지 긴 시간 노력했다. 나도 언니가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고 느낀다"며 "나중에 내가 받게 된다면 영광스럽겠지만, 지금은 MVP가 목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소니아는 대신 "지금은 내가 팀과 함께 어떻게 더 성장할 수 있을지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나한테도 신한은행에 온 건 새로운 시작이었다.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아있다"며 "단비 언니가 오래 있던 팀이니 그 빈자리를 채우기는 당연히 어렵다.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내 방식대로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편 12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 BNK와 용인 삼성생명의 4강 PO 1차전에서는 BNK가 66-56으로 이기고 1승을 먼저 가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