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스프링캠프 MVP(최우수선수)로 꼽을만했다. 펠릭스 페냐(33)가 시범경기 데뷔전에서 호투를 펼치며 1선발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한화는 1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4이닝 동안 64구를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날 페냐의 호투에 힘입은 한화는 6-1로 대승을 거두며 2023년 첫 걸음을 상쾌하게 내딛었다.
이날 페냐의 구위는 상당했다. 직구가 최고 시속 151㎞를 기록했고, 투심 패스트볼도 최고 시속 150㎞에 달했다. 이닝 당 평균 투구 수 16구에서 알 수 있듯 안정적이고 이상적인 페이스로 경기를 운영했다. 이날 1회 KIA 김도영에게 홈런을 허용한 게 유일한 실점이었다.
페냐는 올해가 KBO리그 2년 차 시즌이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투수로 한화를 찾았던 그는 13경기 5승 4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구위는 괜찮았으나 초반 선발 보직 적응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점차 적응해나갔고,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6이닝을 기대할 수 있는 에이스가 됐다.
다만 재계약을 담보할 수는 없었다. 막판 타구에 맞아 코뼈 부상을 입었고, 시즌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조기 마감했다. 당시 수베로 감독도 페냐의 재계약 여부를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화는 이미 적응을 마친 페냐와 다시 한 시즌을 가기로 결정,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한화와 개막을 처음으로 함께 하기로 한 페냐는 스프링캠프 동안 구슬땀을 흘렸고, 수베로 감독의 인정도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수베로 감독이 뽑은 투수 MVP로 선정됐다. 수베로 감독은 귀국 후 인터뷰를 통해 "(스프링캠프 동안) 굉장히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준 선수"라고 그를 칭찬했다.
한화는 지난해 외국인 투수 공백으로 고전했다. 2021시즌 활약했던 라이언 카펜터와 닉 킹험이 모두 부상으로 시즌 초부터 이탈했고, 대체 외국인으로 선택한 예프리 라미레즈와 페냐도 시즌을 온전히 마치지 못했다. 페냐의 첫 경기 페이스와 구위가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져야 지난해 부진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한화는 페냐가 호투하는 동안 타선도 희망적인 내용을 보여줬다. 3회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으나 4회 김인환과 최재훈이 연속 안타를 쳤고, 이후 상대 실책을 틈타 첫 득점을 만들었다. 리드오프로 출전했던 노수광도 적시타를 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기대했던 새 중심 타자들도 활약했다. FA(자유계약선수)로 6년 동안 총액 90억원 계약을 맺고 영입한 채은성은 희생 플라이 타점와 1회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한화 소속으로 첫 공식전을 무난히 마쳤다. 새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래디도 6회 말 KIA 김기훈을 상대로 비거리 105m 우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려 강한 첫 인상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