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스트라이크존(S존)에 손을 댔다. 개막 전 설명회에 참석한 허운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애매모호하게 걸치면) 볼로 판정하는 게 대다수였다. 심판의 책임이고 심판이 잘못한 것"이라며 "스트라이크로 판정해야 했는데 수년 동안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 위원장은 S존 확대를 두고 "시대에 따라 존은 변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야구 규칙에서 S존은 '유니폼의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하며, 스트라이크존은 공을 치려는 타자의 스탠스에 따라 결정된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선 S존이 규칙과 달리 적용돼 투수들이 애를 먹었다. 리그에 볼넷이 늘어난 배경 중 하나로 S존이 지목된 이유다.
공교롭게도 2021년 KBO리그에선 볼넷 잔치가 벌어졌다. 9이닝당 볼넷(BB/9)이 경기당 4.19개였다. 4개 이상의 BB/9이 기록된 건 2009년 이후 12년 만이었다. 수치보다 주목해야 하는 건 추이. 2021년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의 BB/9이 4개 이상이었다. 최하위 한화 이글스는 4.81개로 5개에 근접했다. 그해 7월에 열린 도쿄 올림픽 노메달 수모까지 겪으면서 '제구 난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KBO는 S존 확대가 리그 볼넷을 낮추면서 국제대회 경쟁력까지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KBO는 S존을 넓히면서 "향후 국제경기에 참가하는 투수와 타자 모두 보다 빠르게 국제대회 S존에 적응할 수 있는 등의 효과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S존 확대를 두고 현장에선 말이 많았다. 메이저리그 출신 외야수 추신수(SSG 랜더스)는 "갑자기 바뀐 S존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와 심판들도 힘들어 할 것 같다"며 "미국에서는 중요한 규칙이 바뀔 경우 먼저 마이너리그에 도입해 문제가 없는지를 충분히 검토한 다음 제도를 바꾼다. 어렸을 때부터 익혀 온 S존을 하루아침에 너무 빨리 바꾸는 것 같다"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시즌 내내 S존 확대는 화두였다. 판정이 심판 재량인 탓에 이를 두고 각양각색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외국인 투수는 "명확하게 정의된 S존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심판은 홈플레이트에서 벗어난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아주고 어떤 심판은 그렇지 않다. 매 경기 다른 S존을 갖고 경기하는 느낌"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투수보다 타자의 불만이 더 컸고 2022년 KBO리그 BB/9은 3.45개로 전년 대비 0.74개가 줄어들었다.
이번에 열린 WBC 1라운드 첫 3경기에서 대표팀이 허용한 사사구는 15개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체코전(1개)을 제외하면 경기당 볼넷 수치는 크게 올라간다. 지난 10일 열린 숙적 일본전에선 사사구 9개로 자멸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 쩔쩔맨 투수가 한 두 명이 아니었다. S존 확대로 볼넷 수치를 떨어트렸지만,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던 셈이다. 허울 좋은 임시처방에 불과했다는 걸 선수들이 스스로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