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통쾌한 복수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스타작가 김은숙이 극본을 쓰고 월드 스타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의 복수극을 치밀하게 그렸다.
‘더 글로리’는 메인 빌런인 박연진(임지연)을 무너뜨리기 위한 문동은(송혜교)의 설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결국 박연진은 18년 전 윤소희를 옥상에서 밀어 죽이고, 이를 빌미로 협박한 손명오(김건우 분)를 술병으로 때려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다만 극 중에서는 박연진의 형량이 드러나지 않아 시청자들은 그가 두 건의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을 들어 ‘무기징역’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말 현실에서도 박연진은 무기징역을 받았을까.
◇ 윤소희 죽음, 현실의 ‘공소시효’는?
박연진의 18년 전 살인죄를 묻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와 ‘죄목’을 잘 따져봐야 한다. 문성준 경찰대 교수는 14일 일간스포츠에 “형사소송법은 공소시효가 연장되거나 폐지되기도 해서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공소시효를 살펴봐야 한다”며 “윤소희 사망 사건은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2007년과 2015년 모두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극중 윤소희가 사망한 시점은 2004년 12월 10일이다. 당시 형사소송법 상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살인죄를 적용한다면 공소시효는 2019년 12월에 끝난다. 하지만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박연진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게 됐다는 게 문성준 교수의 설명이다. 이후 2015년에도 형사소송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전히 폐지됐다.
다만, 법정에서 윤소희의 죽음이 ‘살인’으로 인정될지 ‘치사’로 인정될지에 따라 박연진의 결말이 달라질 수 있다. 윤소희 사망 사건의 경우 박연진은 살해 의도가 없고, 단순 폭행 의도만 있었다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법원에서 윤소희 사건을 ‘폭행 치사’로 봤다면 폭행 치사의 공소시효는 10년이므로 박연진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문성준 교수는 “‘살해’는 살인죄에서만 언급되는 행위로 살인의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박연진이 윤소희를 죽일 의도가 없더라도, 자신의 괴롭힘으로 윤소희가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살인죄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드라마에서는 몸에 불을 붙이고 피해자가 사망하는데, 방화에 의한 치사가 될 수도 있다. 방화 살인은 형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 손명오 살해, 직접 안했어도 ‘잔혹 범행’
손명오 죽음의 경우, 결정적인 살해범은 성범죄 피해자였던 경란이지만 박연진이 죄를 뒤집어쓰고 처벌을 받게 된다. 박연진의 경우, 양형위원회의 살인범죄 양형기준에 따라 많은 가중요소를 적용받아 형이 무거워질 수 있다.
박연진은 무거운 술병을 둔기로 사용해 여러 차례 손명오에게 휘둘렀다. 이는 특별 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인 ‘잔혹한 범행 수법’에 해당한다. 양형위원회는 ‘잔혹한 범행수법’을 “통상의 정도를 넘어서는 극심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가하여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정의하며, 둔기 등 흉기로 신체의 급소를 수십차례 가격한 경우를 짚었다. 이 밖에 손명오의 사체를 유기한 것도 일반 양형인자 중 가중요소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박연진은 드라마에서 징역 몇 년을 선고받았을까. 문성준 교수는 “당연히 무기징역이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문성준 교수는 “윤소희 사건 하나로도 무기징역이 나오는데, 손명오 사건만으로도 무기징역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성준 교수는 “박연진에게 ‘누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죄질이 나쁘다”며 ‘그것이 알고싶다’에 등장한 동해시 동거녀 사건을 예로 들었다. 동해시 동거녀 사건은 베트남 여성의 친모를 살해하고, 그 여성도 살해한 사건으로 가해자 A씨는 2001년도에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전과가 알려져 충격을 준 사건이다. 문성준 교수는 “당시 A씨는 2001년도 사건을 ‘누범’으로 적용받지 않았는데도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바 있다”며 “단건으로도 충분히 무기징역이 나왔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