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앞둔 김민재(27·나폴리)가 '악명 높은' 앤서니 테일러 주심과 만난다. 테일러는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을 퇴장시켰던 심판이자, 이해할 수 없는 판정 탓에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서는 심판이다. 이른바 ‘경고 트러블’에 걸린 김민재 입장에선 찝찝할 수밖에 없는 배정이다.
UEFA는 오는 16일 오전 5시(한국시간) 이탈리아 나폴리 스타디오 디에고 아르만도 마라도나에서 열리는 나폴리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독일)의 챔스 16강 2차전을 테일러 주심이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테일러는 2013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 중인 잉글랜드 국적의 심판이다.
문제는 테일러 심판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에서 이해할 수 없는 판정으로 자주 도마 위에 오르는 악명 높은 심판이라는 점이다. 또 유독 한국과 악연의 골이 깊은데, 손흥민(31·토트넘)은 EPL 무대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적이 있고 지난 월드컵에서는 벤투 감독이 퇴장을 당했다.
테일러 주심은 지난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에선 후반 추가시간 종료 직전 한국의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서 경기를 끝내 논란이 됐다. 2-3으로 뒤지고 있던 한국 입장에선 동점골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종료 휘슬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격분한 벤투 감독은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테일러 심판에게 항의했고, 테일러 주심에게 레드카드를 받아 포르투갈과 최종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당시 논란 이후 유독 잉글랜드 팬들의 비판 목소리가 컸던 건 그동안 EPL 무대에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영국 더 선은 “테일러의 ‘테러’가 세계로 확산되는 걸 보니 즐겁다”고 비꼬거나 “테일러가 또다시 경기가 아닌 자신이 더 주목받는 일을 저질렀다”는 등 잉글랜드 팬들의 반응을 전했다.
벤투에 앞서 지난 2019년엔 손흥민이 테일러 심판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다. 당시 손흥민은 첼시와 EPL 18라운드 경기 도중 상대 수비수와 볼 경합을 하다 VAR을 거쳐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당시 손흥민은 테일러 주심의 레드카드에 바닥에 웅크린 뒤 땅을 치는 등 억울함을 잔뜩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와 유독 악연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김민재 입장에서도 썩 반가운 만남이 아니다. 더구나 김민재는 현재 챔스 경고 트러블에 걸린 상황이다. 앞서 두 차례 경고를 받은 상황이라 경고를 한 장 더 받으면 다음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수비수인 만큼 상대 공격수와 치열한 볼 경합이 불가피한 가운데, 만약 테일러 주심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의 희생양이 된다면 챔스 8강 1차전에 출전할 수 없는 악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김민재에겐 괜한 변수가 생긴 셈이다.
한편 나폴리는 지난 1차전 원정에서 2-0 완승을 거두고 창단 첫 챔스 8강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번 2차전에선 1골 차로 지더라도 8강에 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