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수십만 명의 중국인이 훔쳐보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앞서 ‘재벌집 막내아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최근 방영돼 인기를 끈 다른 드라마들도 중국 내에서 무분별하게 불법 유통된 것을 비롯해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 '국제 공조' 같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기준 중국 소셜미디어 플랫폼 더우반(豆瓣)에서 '더 글로리' 파트2의 평점은 9.2점(10점 만점)을 기록했으며, 리뷰는 18만 개를 넘어섰다. “문동은의 치밀한 복수였다” “마지막회를 보고 펑펑 울었다” “조금 아쉽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판은 지난 10일(한국 기준) 전세계에 파트2가 공개되기 전부터 만들어지는 등 중국 시청자들 사이에서 '더 글로리'는 일찌감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불법 시청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훔쳐본' 시청자 수는 리뷰를 작성한 18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 같은 사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서 교수는 일간스포츠에 “'중국 내에서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면서 많은 중국인들이 훔쳐 보고 있다”며 “이제 중국 내 불법 유통은 일상”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더 글로리’ 파트1도 불법 유통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12월 파트1이 공개되자마자 같은 사이트에서 리뷰가 쏟아졌고 첫 공개된 지 약 3개월 후인 이날 기준 리뷰는 30만 개에 달한다.
비단 ‘더 글로리’뿐 아니라 넷플릭스, 웨이브 등 각종 OTT로 서비스되는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의 불법유통 문제도 심각하다. 중국의 한 최대 오픈 마켓에서는 이들 드라마가 담긴 파일을 일정 금액에 판매한다는 글들이 올라오거나, 더 나아가 캐릭터 등 드라마 관련 ‘굿즈’(goods, 특정 기획 상품)들을 불법 판매해 논란이 일었다.
해외 불법유통 문제의 심각성에도 OTT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OTT 관계자는 “요즘 불법 사이트들이 콘텐츠들을 자신들 사이트에 올려 수익을 내고 있는데 콘텐츠 투자자뿐 아니라 방송사들도 손실이 막대하다”며 “파일 자체가 링크로 돌아다니는 방식은 모니터링 업체를 통해 막고 있지만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OTT 업체들과 방송사들이 공동 대응하기로 하면서 정부기관에 불법유출 현황 공유와 수사를 요청하고 있다”면서도 “이 또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해외 불법유통에 대해선 정부나 비정부기구들 간의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IP(지적재산권) 전문인 손수정 변호사(정락수 법률사무소) 또한 “국제사법상 중국 등 해외사이트에서 발생하는 불법 유통 문제는 해당 국가에 소를 제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우리나라 정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인터폴과 협력하는 등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경덕 교수는 “중국 당국이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며 “2022 베이징 올림픽 당시 마스코트 관련 ‘짝퉁’ 상품들이 판매돼 중국 정부가 강하게 단속한 일이 있었다. 지적재산권에 대해 모르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콘텐츠 불법유통에 눈 감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영 매체들이 먼저 불법유통 문제를 지적해 자국 내에서 성숙한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