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KT 위즈의 스프링캠프에서 한 투수와 라이브배팅을 마친 강백호(24)는 이렇게 말했다. 강백호가 상대한 투수의 구속은 최고 149km. 지난해 그가 던진 공의 최고 구속이 147km인 것을 고려한다면, 비시즌임에도 구속이 더 늘었다. 새 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퍼포먼스였다.
KT 좌완투수 웨스 벤자민(30)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윌리엄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시즌 중반 합류한 벤자민은 5승 4패 평균자책점(ERA) 2.70의 훌륭한 성적으로 새 시즌 재계약에 성공했다.
KBO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른 벤자민은 2023시즌을 앞두고 더 진화한 모습으로 팀에 합류했다. 겨우내 근육을 키우고 돌아온 벤자민은 구속도 함께 늘려서 합류했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막판엔 구속 150km까지 찍으며 지난해보다 달라진 구위를 자랑했다.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강백호가 “역대 최고의 왼손 투수”라고 칭할 정도로 좋은 모습이었다.
이강철 감독도 흐뭇하다. 이 감독은 대표팀 감독에 합류하기 전에 벤자민을 두고 “미국에서 본인이 몸을 잘 만들어왔다. 좋았을 때의 공 회전수(RPM)로 돌아왔다”라면서 “보면 알 거다. 지금 몸 상태가 진짜 좋다”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김태균 수석코치 역시 “타자들에게 공을 숨기는 디셉션 동작이 좋다. 구속도 올라오고 가장 좋은 상태다”라면서 흐뭇해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치른 시범경기에서도 벤자민은 좋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3 KBO리그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2와 3분의 2이닝 동안 47개의 공을 던져 2피안타 무사사구 4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했다. 야수들의 실책 2개로 실점을 내줬을 뿐, 벤자민은 대체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벤자민은 최고 149km의 공을 던지며 키움 타자들을 압도했다. 투심 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시험했다. 1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한 뒤, 2회까지 완벽투를 펼쳤다. 3회 안타 2개가 아쉬웠지만 실점으로 직결된 안타는 한 개뿐이었고, 이마저도 실책으로 인한 실점이라 자책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경기 후 김태균 수석코치는 “벤자민의 공이 좋았다. 개막에 맞춰 잘 준비하고 있다”라며 칭찬했다. 벤자민도 점검차 나선 첫 실전 내용에 흡족해했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공을 던지면서 점차 페이스를 찾아갔다. 그는 “첫 등판이다 보니 1회에는 힘이 많이 들어갔지만, 2, 3회에는 몸에 힘을 빼고 제구에 집중했다”라면서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벤자민의 일취월장한 모습에 이강철 감독은 주저 없이 그를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이강철 감독이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인 2월 초순, 개막을 한 달 반이나 앞둔 시점에서 결단을 내렸다. 그만큼 벤자민의 비시즌 준비가 탄탄했고, 실력도 믿음직스럽다는 이야기다.
벤자민은 “개막에 맞춰 몸 상태를 잘 준비하겠다”라고 웃으면서도 “올 시즌 이닝 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번 시즌 팀의 전력이 좋아 가을야구에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나도 내가 등판하는 경기마다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새 시즌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