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할 경우 예금을 전액 보호하는 조치를 대응 카드로 꺼낼 수 있는지에 대한 비상계획 점검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 비해 낮은 국내 예금보호 한도를 늘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SVB 파산 사태 이후 금융위에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뱅크런 발생 시 금융회사의 예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 보장하는 방안에 관해 제도적 근거와 시행 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SVB와 달리 국내 은행, 보험, 카드 등 전 업권은 양호한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어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유사 시 정부가 예금 전액을 보호해야 할지에 관해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국내 예금자보호한도는 부보금융회사당 5000만원이다.
앞서 SVB는 고객이 예치한 돈으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다 큰 손실을 냈고, 불안감을 느낀 고객의 예금 인출이 몰리면서결국 파산을 맞았다.
미국 재무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DIC와 SVB 사태 발생 이후 계좌당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의 예금자보호한도를 넘는 예금도 전액 지급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VB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등 기관들을 주로 상대해온 탓에 전체 예금의 90%가 보험 한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에서도 지난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23년째 유지되고 있는 예금보호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주요 7개국 가운데 미국이 25만 달러의 예금을 보호해 한도액이 가장 높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주요 선진국들도 10만 달러 이상의 예금을 보호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3년째 예금보호 한도 증액 시도를 해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20년 예금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높이자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됐다. 지난 2월에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역시 1억원으로 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한도가 상향되면 각 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해야하는 보험료가 오르는 탓에 은행은 난색을 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국내 금융시장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적절한 조치에 협력하고 예금보호 한도 증액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