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마요르카)이 한국축구 미래에서 ‘현재’로 향하기 시작했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공격 축구’를 선언했다. 이강인의 대표팀 내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강인은 오는 24일 콜롬비아전(울산) 28일 우루과이전(서울)에 나설 클린스만호 1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카타르 월드컵 멤버를 주축으로 첫 명단을 구성하면서 이강인도 첫 소집부터 동행하게 됐다. 스페인 울티마오라는 “이강인이 벤투호에 이어 클린스만호에서도 변함없이 대표팀에 승선했다”고 조명했다.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 체제에선 기쁨과 설움이 공존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019년 3월 당시 18세 20일(역대 최연소 7위)이던 이강인에게 A대표팀 승선의 기회를 줬다. 그러나 한일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기용한 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시키거나, 지난해 9월 홈 A매치 2연전에서 단 1분도 출전시키지 않는 등 적잖은 상처도 줬다.
그나마 벤투 감독의 마지막 대회인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회를 받았다.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선 날카로운 크로스로 조규성(전북 현대)의 골을 도왔고, 포르투갈과 최종전에선 선발 기회까지 받았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도 4경기 중 3경기를 교체로 출전했다. 벤투 체제에서 진행된 A매치 57경기 중 이강인은 단 10경기(선발 4경기)에 출전했다. 재능과 별개로 대표팀 중심과는 거리가 있었다.
벤투 체제가 막을 내리고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하면서 모든 경쟁 체제는 ‘리셋’이 됐다. 역대급으로 평가받는 남다른 재능에다 이미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돋보일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강인으로선 첫 소집부터 클린스만 감독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찾아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에 공격적인 색채를 입히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나는 공격수 출신이라 공격적인 축구를 좋아한다. 1-0 승리보다는 4-3 승리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벤투 전 감독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계승하면서 공격적인 축구를 더하겠다는 게 클린스만 감독의 구상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적인 축구에 이강인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 내 공격수들에게 번뜩이는 패스를 전달하고, 직접 상대 골문까지 겨냥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돋보이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이강인의 패스가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오현규(셀틱) 등을 향한다면 더없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조규성을 향했던 월드컵 가나전 크로스 궤적이 말해주듯 왼발 킥력 역시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여기에 수비수 1~2명은 쉽게 따돌리는 개인기나 탈압박 능력 등도 대표팀 자원들 중에서 손꼽힐 정도다.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됐던 수비 가담이나 스피드 등도 완벽하게 극복했다. 소속팀 경기 중에는 적극적인 수비 탓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태클을 기록하거나 심지어 카드를 받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역습이나 득점 상황에서도 이강인의 스피드가 빛나는 장면들도 자주 나오고 있다.
소속팀에선 측면이나 중원에 포진하면서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의 폭도 크게 넓힌 상태다. 과거에는 주로 2선 공격형 미드필더나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공격수 이미지가 강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수비 가담 능력 등도 더하는 등 나날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알 소시에다드, 잉글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아스톤 빌라 등 마요르카보다 더 큰 구단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건 이강인의 실력과 재능이 현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마요르카에서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과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이제는 대표팀의 중심에 서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사령탑이 추구하는 공격적인 스타일과 맞물려 이번 클린스만호는 본격적인 ‘이강인 시대’를 여는 대표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