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없이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 개그맨 박성광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웅남이’다. 하지만 ‘폭소’는 기대하지 말자.
‘웅남이’는 인간을 초월하는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맞서는 웅남이의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다. 산에 풀어둔 쌍둥이 곰 형제는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된다. 두 형제 중 웅남이는 나복천 박사가, 웅북이는 사냥을 나온 조폭 이정식이 발견해 25년간 키우게 된다. 그러던 중 경찰은 웅남이와 이정학(웅북)이 똑 닮은 것을 알게 되고 이정식을 잡기 위한 작전에 웅남이를 투입하기로 한다.
화려한 캐스팅부터 눈에 띈다. 박성웅이 쑥과 마늘을 먹고 인간이 된 곰 웅남이와, 범죄조직 2인자가 된 이정학(웅북) 1인 2역을 소화한다. 박성웅은 순박한 경찰 웅남이와 냉철한 조폭 웅북이를 넘나들며 웃음을 준다, ‘육사오’에서 탄탄한 코믹 연기를 보여준 이이경이 웅남이 친구 말봉이 역을 맡았다. 메인 빌런에는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 최민식이 묵직하게 분위기를 잡아준다.
조연와 특별출연진도 만만치 않다. 최근 ‘더 글로리’에서 송혜교와 피해자 연대를 보여준 염혜란이 웅남이 어머니 장경숙 역할을, 명품 감초 연기자 오달수가 웅남이 아버지 나복천 박사 역할을 맡았다.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웅남이’의 뻔하고 단조로운 전개는 아쉽다. 따뜻한 가정에서 자란 웅남이와, 비정한 환경에서 자란 웅북이. '빌런' 이정학의 마약 거래. 어딘지 익숙한 설정이기에 다음 단계에서 어떤 이야기가 벌어질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이정학은 진부한 소재로 빌런이 되는데,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한 느낌도 든다. 이정식의 야망은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고, 간간히 등장하는 컴퓨터 그래픽(CG)도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웅남이’는 B급 코미디영화를 표방하기에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다만 제대로 웃음 폭탄이 터지기 보다는 피식에 그치는 점이 많다. 스토리에 엮여 발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맛깔나는 대사로 웃음이 만들어지면 좋았으련만 마치 ‘개그 콘서트’처럼 배우들이 줄을 서서 ‘다음은 내 차례에 웃겨야지’라고 하는 것 같다. 그나마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피식’ 지점을 생성해낸다. 박성광 감독은 장편 데뷔작으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가장 잘 해야 하는 지점에선 아쉬운 성적표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