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24·키움 히어로즈)이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돌아보며 남긴 말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호주·일본에 패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자신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다.
김혜성은 이번 WBC에서 3경기에 출전, 6타석에 나서 1안타 3볼넷 3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치른 대표팀 전지훈련부터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지만, 그의 주 포지션(2루수)에 메이저리거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가세하며 백업으로 밀렸다. 김혜성은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치른 13일 중국전만 선발 2루수로 나섰다.
에드먼은 1라운드 출전한 3경기에서 타율 0.182(11타수 2안타)에 그쳤다. 2021년 내셔널리그(NL)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선수지만, 이번 대회에선 그 뛰어난 수비력이 드러난 장면이 많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은 김혜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코칭 스태프의 선택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김혜성은 주전 2루수를 맡지 못한 점에 대해선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김혜성이 아쉬운 마음을 털어내지 못한 순간은 9일 치른 호주전 8회 말 타석이다. 그는 4-8로 지고 있었던 한국이 상대 투수들의 제구 난조를 틈타 7-8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주자를 2·3루에 두고 대타로 나섰다.
결과는 볼넷. 0볼-1스트라이크에서 투수 샘 홀랜드의 싱커가 4구 연속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한국은 만루 기회를 이어갔지만, 후속 타자 나성범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동점을 만들지 못했고, 9회도 무득점에 실패하며 7-8로 졌다.
김혜성은 "8회 타석에서 '초구만 지켜보고, 2구부터는 공격적으로 나서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상대 공이 안 좋았다. 솔직히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나섰기 때문에 볼넷이라는 결과에 아쉬움이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득점을 만드는 타격을 했다면, 한국이 호주에 패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책감이 엿보였다.
김혜성은 일본전에 결장했다. 벤치에서 일본 야구를 지켜보며 수준 차이도 실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치르며 '여전히 나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다"고 했다. 얻은 게 있느냐는 물음에는 "솔직히 없다"며 애써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WBC에서 타석에 나설 기회가 적었던 김혜성 소속팀 키움에 복귀한 첫날(15일)부터 시범경기(KT 위즈전)에 출전했다. 그는 "저는 (이)정후처럼 많이 뛰지 않아서, 체력 문제는 없다. 실전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며 웃었다.
지난 시즌 타율 0.318, OPS(출루율+장타율) 0.776을 기록한 김혜성은 올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장타를 더 많이 쳐서 팀 공격에 도움이 되고 싶다. 타율·OPS 등 개인 성적도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기록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WBC를 치른 젊은 선수 모두 느낀 게 많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서 이기는 데 기여하겠다. 나도 다음 국제대회에서는 더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