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지컬:100’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같은 참가자를 이기고 때론 밟고 올라서야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1등만 기억하는 현대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쾌감도 느끼게 하고 동정심도 유발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것 같다.
한동안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큰 이슈가 됐다. 아이돌 연습생들이 서바이벌을 통해 데뷔를 하게 되는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대히트를 기록했지만 결국 ‘조작’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라졌다. 그렇다면 요즘 Z세대는 어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왜 좋아하는지 궁금했다.
X재국 : 요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어떤 게 인기가 있어?
Z연우 : Mnet ‘프로듀스101’ ‘걸스플래닛’에 이어 요즘은 ‘보이즈플래닛’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인 것 같아요. ‘프로듀스101’이 붐일 때는 제가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연습생이 너무 많아서 구분을 잘 하기 어려워 안봤는데 요즘은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50분이면 꼭 TV앞에 앉아 있어요. ‘보이즈플래닛’이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정말 재밌고 다음회가 기대가 돼요.
X재국 :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어떤 걸까?
Z연우 : K팝 4세대 남자 아이돌 대표가 될 만한 비주얼이 있는지, 실력 있는 연습생이 있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선배 아이돌들 무대를 어떻게 커버할지 궁금하기도 해서 꼭 챙겨봐요. 그리고 ‘보이즈플래닛’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연습실이나 무대영상 말고도 담력체험이나 60초 칵테일만들기같은 챌린지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보여줘서 소소한 웃음도 있고 그 연습생에게 빠져들 수 있는 떡밥도 많이 던져주는 것 같아요.
X재국 : Z세대는 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해?
Z연우 : 모두가 똑같이 노력해도 오직 눈에 띄는 사람만, 그리고 실력 있는 사람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게 지금 우리 상황과 비슷한 거 같아서 공감이 돼요. 때로는 너무 경쟁이 치열해서 조금 잔인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안에서 배우는 것도 있고, 서로 배려하면서 성장해가는 걸 보면 깨닫는 게 많아요. 저랑 비슷한 나이의 연습생들이 아이돌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동시에 내 꿈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내 원픽인 연습생이 나중에 데뷔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게 좋은 기억으로 남기도 하고요. 특히 이번 ‘보이즈플래닛’을 보면서 느낀 건데, 여러 국가에서 온 다재다능한 연습생들이 정말 많아요. 원래 무용을 전공했고 그 분야에서 톱을 찍었거나, 공부를 잘해서 정말 좋은 대학교에 입학했는데도 다 내려놓고 ‘K팝 아이돌’이라는 꿈을 위해 혼자 한국에 와서 연습생 생활을 하는걸 보면 정말 대단하고, 한편으론 존경스러워요. 이 프로그램이 잘되면 또 하나의 K팝 세대가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X재국 : 혹시 뜰 거 같은 연습생을 한 명 찍어준다면?
Z연우 : 지금까진 한유진 연습생이 제 눈에 들어와요. 처음엔 제 또래라서 유심히 지켜봤는데 아직은 연습생이지만 무대를 정말 스타처럼 잘해요. 여러 아이돌을 좋아해보고, 탈덕도 해보면서 느낀 점은 결국엔 제일 잘생겼던 멤버, 메인보컬, 메인댄서보다 무대에서 빛나고 무대를 다채롭게 잘 만들어갔던 멤버가 기억에 남고, 살아남는 거 같아요. 그래서 한유진 연습생이 나중에 데뷔를 한다면 넓은 무대에서 더 잘할 것 같아요.
서바이벌에는 ‘살아남다’의 의미도 있지만 ‘(~보다 더)오래 살다’라는 의미도 있다. 어린 나이에 서바이벌을 감당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꿈을 향해 가는 연습생들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고, 그 꿈이 연습생들 가슴속에 더 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무언가 이루지 못한 우리들은 모두 여전히 ‘연습생’일 수 있으니까.
아빠 이재국 작가(X재국)와 딸 연우 양(Z연우)(캐리커처=이연우)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