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주력 모델 '신형 그랜저'가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시동 꺼짐, 엔진회전수(RPM) 불안정, BMS 오류 등 각종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대차가 지난 1월부터 차량 결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상수리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고객을 '테스트베드(성능·효과 시험)'로 삼는다며 초기 품질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1월부터 지난달 14일까지 그랜저의 엔진제어장치(ECU), LED 구동 모듈(LDM), 타이어공기압주입기(TMK), 도어핸들터치센서(DHS),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전동트렁크(PTG) 등에서 결함이 발생해 8건의 무상수리에 착수했다.
먼저 작년 11월 16일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생산된 '그랜저 GN7 2.5 GDI' 차량은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동꺼짐' 문제가 발생했다. ECU상에 문제가 있어 D단에 놓고 정차 중에 출발하는 경우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3.5 GDI' 차량 역시 ECU 오류로 인한 엔진 경고등 점등 문제로 571대가 무상수리를 진행 중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차량도 마찬가지다. 작년 10월 31일부터 올해 2월 6일까지 생산된 하이브리드 모델의 BMS(배터리 제어시스템) 소프트웨어변수 초기화 오류 문제가 발생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간헐적 방전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11일부터 20일까지 생산된 하이브리드 모델도 파워트렁크·파워테일게이트(PTG) 내부 로직 문제로 무상수리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차량 인수 후 지속해서 크고 작은 결함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신형 그랜저 공식 동호회 ‘그랜저 GN7 오너스클럽’은 회원들의 결함 실태를 취합한 바 있다.
그 결과 결함 추정 리스트는 무려 23가지에 달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후방카메라 오류나 음성 인식 불가, 전동 커튼 조작 시 오류 메시지 발생, 리어 도어 작동 불량 등이 있었고, 실내·외에서는 시트 마감 불량, 콘솔 트레이 및 내장재 불량, 문 사이 단차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이와 관련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그랜저의 차량 가격은 높아졌지만, 품질과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랜저2.5 가솔린 프리미엄은 이전 세대 그랜저 대비 324만원이나 올랐다. 익스클루시브와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도 각각 349만원, 373만원 이상 값이 뛰었다. 이 외에 하이브리드 등 다른 파워트레인별 가격 차이도 평균 350만원 정도 상승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시동 꺼짐 결함은 운전자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현대차의 빠른 시정조치도 중요하지만, 차량 출시 전 철저하고 충분한 테스트·품질 관리를 통해 소비자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이어 "출시된 지 4달밖에 되지 않은 그랜저가 8번째 무상수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은 고가의 차량 가격만큼 제값을 못하는 차를 생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현대차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자만하기 전에 말로만 외치는 ‘품질경영’이 안 되도록 품질관리에 책임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