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리조트에서 푹 쉬며 내 건강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WE호텔에서는 건강을 위한 습관부터 스트레스, 현재의 몸 상태까지 확인해주고 그에 따른 웰니스 처방을 내려주고 있었다. 병원이 눈에 보이는 곳을 치료한다면, 웰니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치유해준다고 했다.
지난 9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해 중문관광단지 방향을 향해 달리다 보니 한라산 자락 깊숙한 곳에서 WE호텔 제주를 마주했다.
WE호텔은 한라의료재단 WE병원의 의료 서비스가 함께 운영되는 '헬스 리조트'다. 의료 서비스 '메디컬'과 몸과 마음의 휴식을 의미하는 '웰니스'가 함께 원스톱으로 제공되는 '메디웰'의 공간이다.
우권영 메디웰센터장은 "상담 시간에 맞춰 센터로 오면 스트레스 측정과 혈압 측정을 하고 상담할 예정"이라고 했다.
건강증진센터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혈압과 스트레스(자율신경균형검사)를 측정했다. 지정된 자리에 앉으면 혈압은 팔에, 스트레스 검사는 손가락의 맥박과 혈류 등을 통해 확인했다. 자세를 움직이지도, 말을 해서도 안된다고 주의를 줬다.
고객의 데이터가 나오면 센터의 의료진과 상담을 한다. 당일에 잰 데이터와 함께 WE호텔에 방문하기 전 체크하는 사전 문진표가 기반이 된다.
이날 상담은 김동열 건강증진센터장과 1시간가량 진행됐다. 김 센터장은 WE호텔 웰니스센터의 시작부터 함께한 의료진 중 한 명이다.
그의 앞에 앉자마자 곧장 웰니스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는 문진표와 스트레스 검사 결과를 통해 현재 고객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건강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스트레스 검사는 자율신경이 안정돼 있는지,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어느 정도인지, 심장박동에 이상은 없는지 등이 결과로 나왔다.
김 센터장은 검사 결과를 보고 '스트레스 해소'를 특히나 강조했다. 그는 "스트레스는 눈, 코, 입, 귀, 피부 등 오감을 통해 들어온다"며 "이를 푸는 방법은 입을 통해 뱉어야 효과적이다. 믿을 만한 사람에게 스트레스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고함을 지르는 것 같은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장 쉬운 방법은 심호흡이다"고 했다.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술을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김 센터장은 "차에서 크게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건강증진센터는 이런 상담을 통해 WE호텔의 웰니스 프로그램을 개인마다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컨설팅해주고 있었다.
몸이 찬 고객에게는 온열 테라피를, 임산부 고객에게는 산소 테라피를 권유하는 등이다.
이날 센터에서 짜준 웰니스 프로그램은 산소 테라피와 숲 산책, '아침깨움요가', '해암 하이드로', '크리스탈 싱잉볼' 등이었다.
숲 산책과 아침깨움요가는 다음날 아침 9시와 10시 연달아 체험할 수 있었다.
숲 산책은 WE호텔 바로 앞에 조성된 '메가와티 가든'을 해설사와 함께 한 바퀴 도는 시간이다. 메가와티 가든은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이 이 곳에 세 차례나 방문해 그의 이름을 따서 지은 정원이다.
이날 무료 프로그램인 숲 산책에는 호텔 투숙객이 제법 모였다. 해설사의 인솔과 함께 정원에 들어가면 계절을 알리는 꽃과 나무, 제주 특유의 자연 생태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해설사는 "두 달 전부터 이미 이 곳에는 홍매화가 폈다"며 "홍매화는 벚꽃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라고 설명했다.
돌담을 따라 내려가는 길 오른편에는 곶자왈이 형성돼 있었는데, 곶자왈은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자연 생태계로 빛을 받아 자라는 나무 아래의 그늘과 습기 속에서 덩굴이 함께 형성된 것을 말한다.
또 편백나무 숲에서는 삼나무와 편백나무를 구분해보고 피톤치드를 마시는 자유시간도 가졌다.
이어 진행한 아침깨움요가는 웰니스센터의 요가 강사와 함께 정원 내 잔디밭에서 진행됐다. 하기 쉬운 스트레칭과 함께 싱잉볼을 통한 명상까지 마치면 40분 가량이 흘렀다.
오후에는 수중운동과 해암 하이드로를 체험했다. 최낙범 테라피스트는 "어머니의 뱃속(자궁)을 형상화한 아쿠아 메디테이션 풀의 양수와 비슷한 온도로 채워진 물속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먼저 물 속에서 바르게 걷기, 뛰기 등 부력을 이겨내고 온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해야 했다.
하이라이트는 해암 하이드로다. 테라피스트에게 몸을 맡기면 목과 무릎 아래 부유기로 몸 전체를 물에 띄워 시작한다. 몸에 힘을 쫙 빼는 것이 포인트다.
눈을 감고 자연스럽게 호흡을 가다듬으면 테라피스트가 해암 하이드로를 시작한다.
이 때 귀가 물에 잠기게 되는데, 물속에서는 수중 스피커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중이염이나 귀에 질환이 있어 어렵다면 귀마개도 준다.
목과 다리, 팔, 등까지 몸 전체를 테라피스트가 누르고 당기며 마사지를 해준다. 굳어있던 근육들이 물속에서 릴렉스되고 테라피스트의 손이 닿으며 부드럽게 풀린다.
해암 하이드로 프로그램은 외상성 질환(교통사고, 타박상 등)과 근골격계 질환(디스크, 오십견, 근육통, 골반통 등),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계 질환은 물론 우울증, 불면증 등에도 탁월한 효과를 준단다.
이에 최 테라피스트는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자는 고객도 있고 울면서 나오는 고객도 있다"고 했다.
마지막은 크리스탈 싱잉볼의 소리와 파장으로 몸을 이완시키고 치유력을 높이는 마인드 테라피다. 요가와 명상으로 접하기 쉬운 싱잉볼은 강력한 이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싱잉볼 룸에 깔린 매트에 누워 있으면 크리스탈 싱잉볼 연주를 해준다. 각자의 몸 상태에 따라 소리가 오른쪽 귀에서 왼쪽으로 나가기도 하고, 머리에서 맴돌기도 한다. 듣기 싫은 소리가 귀에 울리기도 하는데, 최 테라피스트는 "그 날의 몸상태에 따라 듣기 싫은 소리가 바뀌기도 하고 편안해 잠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