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특급 신인 이호성(19)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원태인(23)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처음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호성은 “원태인 선배의 체인지업을 꼭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호성의 체인지업을 지켜본 원태인은 오히려 “공이 너무 좋아서 알려줄 게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호성의 시범경기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이호성은 지난 1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시범경기 KT 위즈와의 경기에 6회 초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등판, 2이닝을 1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앞선 14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그는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박진만 삼성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신인답지 않은 담대함과 구위가 주목받고 있다. 최고 148㎞/h의 빠른 볼에 100~120㎞/h를 넘나드는 커브와 120~130㎞/h대의 체인지업 및 커브까지. 다양한 구종으로 1군 선배 타자들을 압도했다. 2경기에서 10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볼넷 없이 6개의 삼진을 잡아낼 정도로 막강한 구위를 뽐내고 있다.
2경기 3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도 단 한 개뿐이었다. 18일 KT전에서 황재균에게 맞은 홈런이 이호성이 시범경기서 내준 유일한 안타였다. 홈런 이후의 의연함도 돋보였다. 이날 이호성은 올라오자마자 선두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음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며 나머지 여섯 타자를 퍼펙트로 막아냈다. 신인답지 않은 의연함이 돋보였던 장면이었다.
이러한 활약에 이호성을 향한 평가도 칭찬 일색이다. 원태인은 “(이)호성이의 활약을 보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저보다 더 좋은 공을 던지고 있더라”면서 “나한테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너무 좋은 공을 던지고 있어서 내가 뭘 알려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잘 던진다. 기대가 된다”며 그의 투구를 칭찬했다.
박진만 감독의 칭찬도 이어졌다. 박 감독은 이호성에 대해 “마운드에서 차분하면서도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신인답지 않게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세가 마음에 든다”라면서 “보통 신인 선수들은 홈런을 맞으면 심리적으로 흔들리는데, (이호성은) 자기 공을 잘 던지면서 차분하게 잘 헤쳐 나가더라. 준비가 잘 돼 있는 선수다”라며 흐뭇해했다.
계속되는 호투에 이호성을 향한 삼성의 계획도 달라졌다. 당초 신인 선수의 오버 페이스를 염두해 5월 콜업을 계획했으나, 계속되는 호투에 이호성을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했다. 이대로라면 개막 엔트리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진만 감독은 “지금 이호성의 컨디션이라면 개막 엔트리도 가능하다. (계획보다) 조금 당겨서 써야 할 것 같다. 좋은 선수는 써야 한다”며 기대했다.
한편, 삼성의 마지막 신인왕은 2015년 구자욱(30)이었다. 마운드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5년 오승환(41)이 마지막이다. 시범경기부터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이호성이 18년 만의 삼성 투수 신인왕이 될 수 있을지도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