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22세 이하(U-22)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해당 규정은 22세 이하 젊은 선수에게 출전 기회를 주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22세 이하 선수 1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정규리그 경기에 선발로 출전시켜야 하는 게 이 규정의 핵심이다. K리그 경기 출전 명단에 22세 이하 선수를 선발 1명, 대기 1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
이 규정은 처음에는 젊은 선수 한 명을 엔트리에 포함하는 거부터 시작해 한 명은 선발로 뛰고, 한 명은 벤치에 앉는 등으로 점점 바뀌었다. 2021년 이 제도는 큰 폭으로 바뀌었다. 프로축구연맹은 2021시즌 K리그에서 팀당 교체 카드를 종전 3개에서 5개까지 늘리되, 22세 이하 선수가 두 명 이상 뛰어야 교체 카드를 5장을 쓸 수 있게 했다.
이러다 보니, 각 팀들은 교체 카드 사용 개수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꼼수’를 남발했다. 22세 이하 선수가 경기 전반 10분가량 뛴 뒤 교체되는 건 이제 익숙한 장면이 됐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5분 만에 교체돼 벤치로 돌아간다. 22세 이하 선수를 육성하기보다 ‘교체 카드를 늘리기 위한 용도’로 운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K리그의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K리그에서는 1부 12개 구단 중 최대 3개 팀이 K리그2(2부)로 강등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하다. 젊은 선수에게 출전 시간을 길게 주기 어렵다. 오현규(셀틱FC) 정상빈(미네소타 유나이티드) 양현준(강원FC) 등 젊은 선수가 출전 기회를 빠르게 잡고,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긍정 효과도 있지만, 아쉬운 소리가 더 많다.
특히 현장에서 22세 이하 규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수원FC 공격수 이승우는 최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스페인어로 “난 한국에 있는 U-22 규정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 같다. 한 경기에 22세 이하 선수 2명을 의무적으로 뛰게 하는 규정”이라며 “왜 35세 이상 규정은 없나. 세계 어느 나라에 이런 규정이 있나”라는 글을 남겼다.
김환 축구 해설위원도 “(저연령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해 육성해야 한다는) 의도는 이해하나, 경쟁이 치열한 프로 최상위리그(K리그)에서 22세 이하 선수를 2명이나 기용한다는 건 비효율적이다. 팬들은 최고의 선수가 경기장에서 뛰는 걸 원한다. (의무 규정으로 인해 다른 선수가 경기 출전 시간을 빼앗긴다는 건) ‘기회의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학 축구도 이 규정으로 피해를 많이 본다. 22세 룰이 적용되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이 된 선수가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면 축구를 그만두는 경우가 속출한다. 대학은 신입생을 최대 8명밖에 선발하지 못하는 입시 제도 때문에 선수 구성도 쉽지 않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실무자들끼리 이야기하면 해결이 안 된다”며 “리더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저연령 정책을) 이해시키든가, 대학 감독 의견을 들어주든가 해야 한다.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환 해설위원은 “저연령 선수가 출전하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B팀(4부)에서 뛸 기회를 주고, 하부리그에서도 선수 순환이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은 ‘이중등록’ ‘강화지정제도’ 등을 통해 대학과 프로가 활발하게 연계한다. 이는 대학 선수가 대학리그와 프로리그에서 모두 뛸 수 있는 제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튼에서 뛰는 미토마 카오루가 이 제도를 활용했다. 그는 고교 시절 J리그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쓰쿠바대에 진학했다. 이후 가와사키에서 훈련받으며 해외 진출의 디딤돌로 삼았다.
덴소컵 한·일대학축구정기전에서 일본팀 주장을 맡은 미토 린은 간세이 가쿠인대 재학 중이지만, J리그 감바 오사카 소속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8월 감바의 지명을 받았다. 2024년부터 프로 생활한다. 대학 생활은 1년 남았다”고 했다.
일본의 사례처럼 대학과 프로 구단간의 연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다만 국내 K리그에서는 연고지 대학과의 연계성, 선수 보유권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시행 중인 제도 도입을 꺼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