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호세 로하스(30)가 '전임'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를 지우고 있다.
로하스는 2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고척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3 KBO리그 시범경기에 2번·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두산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키움 선발 투수 에릭 요키시를 상대한 1·3회 초 타석에서 연속 범타에 그친 로하스는 두산이 0-2로 지고 있던 6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서 바뀐 투수 양현으로부터 우월 솔로 홈런을 치며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로하스가 시범경기 30타석 만에 친 첫 홈런이었다. 우완 사이드암 투수의 커브(시속 116㎞)를 완벽한 타이밍에 공략해 장타를 만든 점도 고무적이었다.
두산은 로하스의 추격포를 시작으로 2점을 추가하며 3-2로 역전했다. 로하스는 7회 초 무사 2루에선 키움 투수 김선기의 136㎞/h 몸쪽(좌타자 기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선상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까지 치며 두산이 점수 차를 벌리는 데 기여했다. 맹타를 휘두른 로하스는 이후 대주자 양찬열과 교체됐다. 이어진 상황에서 두산은 안재석이 진루타, 신성현이 우전 적시타를 치며 5-2로 달아났고, 리드를 지켜내며 승리했다.
두산은 2022시즌이 끝난 뒤 이전 4년 동안 동행했던 외국인 타자 페르난데스와 결별했다. 2019~2020시즌 연속으로 리그 최다 안타 1위에 올랐고, 지난 시즌(2022)도 타율 0.309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긴 선수였지만, 최근 두 시즌은 기량 저하가 뚜렷했다.
로하스는 두산이 페르난데스 대신 선택한 타자다. 새 외국인 선수 상한액(100만 달러)을 꽉 채울 만큼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로하스는 2021~2022시즌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에서 뛰었다. 83경기에 출전해 타율 0.188(244타수 42안타)를 남겼다.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2021시즌 기록한 안타 35개 중 장타가 20개(2루타 14개·홈런 6개)나 된 점은 눈길을 끌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주까지 나선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8(23타수 8안타)를 기록하며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18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4경기 연속 2루타를 치기도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어이없는 공에 삼진을 당하는 타자가 아니더라. 영입하기 전에 보고 받은 대로 공을 잘 보고, 밀고 당기는 타격도 잘한다. 실전에서 뛰는 모습을 보니 예상했던 대로 좋은 선수 같다. 스윙 스피드, 변화구 대처 능력, 투수와 싸우는 능력 모두 좋았다. 이날(27일) 키움전에서는 팀이 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로하스는 27일 키움전에서 헛스윙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안타 2개 모두 변화구(커브·슬라이더)를 공략해 만들었다. 이승엽 감독의 말대로였다. '제2의 페르난데스'로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뒤 로하스는 "아직 KBO리그 투수들을 많이 상대해보지 않았다. 적응이 더 필요하다. 팀 승리를 위해 강한 타구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오늘(27일 키움전)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