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야구팬에게 설렘을 주는 예비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잠재력을 드러낸 이들이 위기에 빠진 한국 야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8일 막을 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예측불허'였다. 예상하지 못한 팀들이 선두를 다퉜고,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이성규(30)다. 그는 출전한 14경기에서 타율 0.333·5홈런·11타점을 기록, 시범경기 홈런 공동 1위·타점 2위에 올랐다. '박진만호'의 황태자로 떠오르며 개막전 선발 중견수 자리를 굳혔다.
이성규는 2018년 퓨처스(2군) 북부 리그에서 홈런왕(31개)에 오를 만큼 잠재력을 인정받던 선수지만, 1군 무대에서는 부진했다. 1군 통산(148경기) 타율도 0.179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변화구 대처 능력이 크게 좋아지며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줬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타석에서 자신감이 붙었다"며 반겼다. 원래 내야수였던 이성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외야수를 맡았다. 지난 27일 대구 한화전에서 2루타성 타구를 담장에 부딪히며 잡아내는 등 수비에서도 능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LG 트윈스 5선발을 꿰찬 강효종(21)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21년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은 유망주다. 통산 1군 전적은 1경기에 불과하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서 2번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
포심 패스트볼(직구) 최고 구속은 150㎞/h까지 찍혔고, 커브와 슬라이더도 좋은 편이다. 마무리캠프부터 그를 눈여겨본 염경엽 LG 감독은 "배영수(현재 롯데 코치) 윤석민 같은 우완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투수"라며 극찬했다.
KIA 타이거즈 신인 투수 윤영철(19)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6일 키움 히어로즈, 21일 LG전에서 각각 4이닝과 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보더라인을 찌르는 제구력, 주 무기 체인지업을 활용한 완급 조절 능력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화 이글스 '영건 파이어볼러' 듀오 문동주(20)와 김서현(19)도 시속 150㎞대 후반 강속구를 뿌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문동주는 선발진 한 자리를 차지했고, 김서현도 불펜진 한 축으로 1군 무대를 누빌 전망이다.
스타 플레이어들도 좋은 컨디션으로 리허설 무대를 마쳤다. SSG 랜더스 '맏형' 추신수(41)는 타율 0.385를 기록하며 한국 무대에 온 뒤 가장 좋은 시범경기 성적을 남겼다. '출루 머신' LG 홍창기(30)도 14경기에서 출루율 0.480을 기록했다. 도루 1위(7개)에 오르며 염경엽 감독이 노리는 '기동력 야구' 선봉장을 해냈다. 2022시즌 탈삼진·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24)도 3경기에서 12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2023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전력상 5강권 밖으로 평가된 팀들의 시범경기 분전이 돋보였다. 지난해 최하위 한화는 2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시범경기에서 14-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9승 3패 1무를 기록한 한화는 2년 만에 시범경기 1위에 올랐다.
시범경기 동안 한화의 모습은 이전과 딴판이었다. 타자들이 득점권 타율 0.325, 상위 타선 출루율 0.444, 중심타선 장타율 0.558(이상 1위) 등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 10개 구단 중 최다 득점(85점)을 기록했다. 불펜진(평균자책점 2.54·2위)도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지키는 야구'를 실현했다.
한화와 만나기 전까지 8연승을 달리던 삼성은 2위(10승 4패)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타율(0.268) 타점(65점·이상 2위)홈런(13개·이하 1위) 2루타(26개) 3루타(5개) 등 타격 거의 전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남겼다. 투수진도 탈삼진(104개) 1위로 구위를 뽐냈다.
모든 하위권 팀이 시범경기 반전을 일으킨 건 아니다. 지난해 9위 두산 베어스는 이승엽 감독을 선임하고,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양의지를 영입했으나 공동 6위에 그쳤다. 숙제도 여전하다. 주전 유격수를 찾지 못했고, 딜런 파일의 부상으로 생긴 5선발 공백도 메꿔야 한다.
스토브리그에서 노진혁·유강남 등 외부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롯데 자이언츠도 하위권(9위)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 SSG는 5할 승률(5승 3무 5패)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