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정규리그 대장정이 29일 최종전 5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안양 KGC가 정상에 오른 가운데 2~4위는 최종전을 앞두고도 정해지지 않았다. 4강 플레이오프(PO)에 직행할 수 있는 2위 자리를 두고 무려 세 팀이 한판에 운명이 갈린다.
운명의 최종전을 앞둔 팀들은 서울 SK와 창원 LG(이상 35승 18패) 울산 현대모비스(34승 19패)다. 4위 현대모비스가 지난 27일 고양 캐롯을 꺾고 2위권을 1게임 차로 추격하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2위 자리가 걸린 최종전 대진은 LG-현대모비스(창원) SK-원주 DB(잠실학생)전이다. 공교롭게도 ‘쌍둥이 사령탑’ 조상현 LG 감독과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이 2위 자리를 두고 자존심 건 맞대결을 펼친다.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SK는 정규리그 7위 DB를 상대로 단독 2위 도약을 노린다.
경우의 수가 가장 간단한 팀은 LG다. 현대모비스와 맞대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2위로 4강 PO에 직행한다. SK가 DB를 꺾어 LG와 SK의 승패가 동률일 경우 상대 전적을 따지는데, 승패는 3승 3패로 동률이지만 공방률(맞대결 골득실)에서 486 대 481로 앞서기 때문이다.
SK는 먼저 반드시 DB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LG가 현대모비스에 져야만 2위로 4강 PO에 직행할 수 있다. 최근 공식전 8연승을 질주하고 있는 데다 DB와 상대전적에서도 4승 1패로 크게 앞서고 있는 만큼 기세를 살려 DB부터 잡는 게 최우선 과제다.
4위 현대모비스도 복잡하지만 2위 도약 가능성은 열려 있다. 최종전에서 LG를 19점 차 이상으로 이기고, 동시에 SK가 DB에 패배하면 극적으로 4강 PO에 직행할 수 있다.
이 경우 35승 19패로 동률을 이뤄 세 팀 간 상대 전적을 따진다. 공교롭게도 세 팀 모두 6승 6패로 팽팽히 맞서 상대 전적 득실 차를 통해 순위를 결정한다. 최종전 전까지 세 팀 간 상대 전적 득실차는 LG가 +27, 모비스가 –9, SK가 –18이다.
만약 현대모비스가 LG에 19점 차 이상 승리를 거두면, LG를 득실에서 역전해 극적으로 2위에 오를 수 있다. 다만 18점 차 이하 승리일 경우 세 팀 간 상대 전적 또는 LG와 상대 전적 득실에서 밀려 2위 자리를 LG에 내주게 된다.
치열한 2위 경쟁에서 승리하는 한 팀은 6강 PO를 건너뛰고 4강 PO에 직행할 수 있다. 정규리그 4위-5위, 3위-6위가 각각 격돌하는 6강 PO가 4월 2~3일에 시작되는 반면, 2위 팀이 참가하는 4강 PO는 14일부터 시작된다. 대장정을 치르느라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비로소 숨을 돌릴 타이밍이 될 수 있다. 역대 4강 PO에 직행한 정규리그 2위 팀이 챔피언 결정전까지 오른 경우는 절반이 넘는 52%였다.
2위 경쟁을 앞둔 팀들은 우선 복잡한 경우의 수보다는 최선을 다한 뒤 정규리그를 모두 마친 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각오다. 서명진(현대모비스)은 “순위가 안 바뀔지언정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그게 팬들을 위해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종전을 통해 2위 등 정규리그 최종 순위가 결정되더라도 6강 PO 대진은 곧바로 확정되지 않는다. 5위 캐롯이 KBL 가입금 잔여분 10억원을 오는 31일 오후 6시까지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지 못하면 캐롯의 PO 출전권은 박탈된다. 대신 6위 전주 KCC가 5위 자격으로, 7위 DB는 6위 자격으로 각각 6강 PO에 나선다. DB는 정규리그를 모두 마친 뒤에도 해산하지 못하고 캐롯의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