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뜨거운 사랑에 대한 감사와 지난 몇 개월간의 소회가 담긴 일문일답을 전해왔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더 글로리’가 4억 1305만 시간 누적 시청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 역대 시청 시간 6위로 올라섰다.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작품으로는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을 잇는 놀라운 성과다. 파트1은 5주 동안 톱10 리스트에 진입, 파트2는 29일 기준 공개 직후 3주 연속 비영어 부문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인사 및 소감. “감사의 인사는 죽을 때까지 해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해서, 이 지면을 빌어 짧고 굵게 해보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전 세계 시청자 여러분. 저 지금 너무 신나요!”
- 파트1과 파트2의 공개 사이 어떻게 지냈나. “드라마 작가의 숙명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OTT가 아닌 다른 채널에서 방송하면 본방송이 끝나고 시청률이 나오는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약 8시간 정도의 지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OTT니까 그냥 즐기면 되겠다 했었는데, 웬걸요. 파트1과 파트2 사이에 100일도 넘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드라마 작가의 숙명인 듯합니다.”
- 직접 꼽은 명대사 혹은 명장면은. “첫 번째는 경찰분이 “들어야죠. 18년이나 지났지만”이라고 한 장면입니다. 동은이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다 알고 보면서도 눈물 났어요. 두 번째는 손숙 선생님께서 “봄에 죽자 봄에”라고 어린 동은에게 말한 장면이에요. 대사 뱉자마자 어린 동은이와 같은 타이밍으로 오열했어요. 세 번째는 마지막회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동은이를 핑계로 살고 싶은 여정과 여정이를 핑계로 살고 싶은 동은이의 “사랑해요”는 ‘살고 싶어요’의 다른 표현이었습니다. 네 번째로는 소희 빙의되는 굿판. 모든 상황이 좋았어요. 벌전을 내리는 소희의 존재를 기댈 대사 한 줄도 없이 그대로 느끼는 동은이의 연기가 압권이었어요. 다섯 번째는 여정과 도영의 바둑신. 여정이가 얘기하는 피해자들의 ‘원점’이 좋았습니다. 그 대사가 ‘더 글로리’의 주제이기도 하고, 여정이의 입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는데 이도현 씨는 숨소리까지 너무나 완벽하게 전달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는 연진과 신 서장의 장례장신. ‘됐고요!!! 수습하실 거죠!!!’하는 연진이의 연기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 동은과 여정의 현재와 미래, 행복할 수 있을까. “여정과 도영의 행보는 결국 복수와 파멸이 맞습니다. 복수의 과정에서 이미 그들도 가해자가 되고 그래서 그렇게 또 다른 지옥인 교도소를 향해 가는 것 말고는 살아갈 방법을 모르는 두 사람인 거죠. 하지만 여정과 동은은, 둘이 함께니까 천국을 향해가듯 지옥을 향해갑니다. 참으로 미친 사랑입니다.”
- 배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성인 연기자분들께는 그동안 영상을 통해, 사석을 통해, 감사의 인사를 전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는 그 외 연기자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동은오적’을 연기해준 아역 연기자분들, 예솔이부터 손숙 선생님까지, 그리고 극에 등장해주신 모든 엄마들, 그리고 정말 단 한 장면도 빈 곳 없이 꽉꽉 채워주신 그 외 모든 연기자분들께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 직접 꼽은 관전 포인트는. “아껴 보셔도 되고 한꺼번에 보셔도 되고 것도 아니면 아주 먼 후일에 보셔도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회까지 꼭 보아주셔요. 그래서 피해자분들의 ‘원점’을 꼭 응원해주세요.”
- 동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랑하는 동은아. 많이 아팠을 거야. 많이 울었을 거야. 더 많이 죽고 싶었을 거야. 그런데도 뚜벅뚜벅 여기까지 와줘서 너무 고마워. 힘들었겠지만 네가 걸어온 그 모든 길이 누군가에겐 ‘지도’가 되었단 걸 알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어느 봄에는 꼭 활짝 피어나길 바라 동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