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남의 검사 민완, 공공의적2 강철중의 실제 모델이다. "수리남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했다.(웃음) 수리남은 1990년대 말 수리남에 거점을 둔 한국 출신 국제 마약왕 조봉행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조봉행은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점을 악용해 일반 시민에게 대량의 코카인을 운반하도록 지시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한 번에 16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었다. 공공의적2는 내가 초창기 시나리오 작업부터 함께 참여했다. 엔딩 크래딧에 내 이름이 나온다."
-공공의적에서는 설경구가 김희준 변호사 역할을 맡았는데. 마음에 들었나. "당연히 마음에 들었다.(웃음) 훌륭한 연기파 배우 아닌가. 설경구 씨는 검사 콘셉트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나와 한동안 동행하면서 밥도 많이 먹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막역한 사이가 됐다. 설경구 씨가 나중에 '그동안 경찰 역은 해봤지만 검사 역할은 처음해봐서 부담이 컸다. 배우로서 정말 많이 배운 역할이었다'고 하더라."
-영화 시나리오 작업은 부담스러워서 거절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영화는 마약복용의 문제와 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이해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약에 경계심을 갖도록 알리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돌이켜보면 다른 부서에서 오라고 해도, 나 스스로 강력부에서 마약 수사를 열심히 했다. 마약은 민생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독하게 수사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물뽕의 존재를 확인하고 미국까지 감정 의뢰를 보내서 지에이치비(GHB·감마 하이드록시낙산)가 마약이라는 것을 밝혔다. 물뽕이란 이름도 내가 지었고, 마약류로 지정 되도록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프로포폴 역시 강남권에서 의사들이 '우유주사'라는 것을 한 대에 수십만원씩 받고 놓는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를 시작했고, 당시 마약류가 아니었던 프로포폴을 세계 최초로 마약류로 지정하도록 했다. 수리남의 실제 인물인 조봉행 역시 브라질까지 쫓아가서 잡아왔다.(웃음) 남들은 힘들어서 포기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는 끝까지 수사하고 마무리 짓고 이를 다시 제도화 시키려고 했던 것 같다."
-강력부같은 힘든 부서에서 마약 수사를 많이 했다. 가족이 싫어했을 것 같다. "아내는 내가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참여 하고 마약 복용 실태를 알리기 위해 예능에도 출연하니 '당신도 평범한 삶은 아닌니다'라고 하더라.(웃음) 내가 검사 시절 수사하고 밝혀낸 것들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화두에 오른다. 그만큼 이 시대에 마약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인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배우 유아인이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 '프로포폴은 마약보다는 그냥 수면제'라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 "굉장히 위험한 약물이다. 프로포폴은 치사량과 적정량의 간극이 매우 좁다. 필로폰 등에 있는 소위 해독제도 없는 약물로, 잘못 맞으면 잠자다가 바로 사망이다. 내가 처음 프로포폴을 조사할 때도 이 주사를 맞고 사망한 이들이 수십명이 넘었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도 프로포폴을 투약하다 사망했다. 병원 중에는 대 당 15만원을 받고 간호사나 조무사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하도록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김 변호사에게 마약이란. "절대 해선 안될 것이다. 마약은 뇌질환으로 발전된다. 교도소에 잡혀들어가도 해결이 안 된다. 국가도 변해야 한다. 처벌과 단속만이 아닌 예방 교육과 치료, 재활에 신경써야 한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란 말은 환상이다. 지금 청소년들이 마약에 빠져드는 것을 막기위해 관련된 책도 준비 중이다. 오는 5월 완성이 목표다."
-청소년 마약 복용을 예방하기 위해서 국가가 나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가는 마약과의 전쟁 선포하고, 처벌과 단속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청소년에게는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릴 때부터 교육하고 경계심을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 과정을 보면, 마약과 관련한 부분이 정말 부족하다. 교육 프로그램도 충분하지 않다. 정부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약은 처음부터 관심과 호기심도 갖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는 조직폭력배나 마약에 찌든 전문 '뽕쟁이'들이 마약을 했으나, 이제 학생이나 일반 직장인, 대학생, 유학생 등 평범한 사람들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마약을 한번 시작하면 중독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