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여왕’ 전도연이 여성 킬러로 변신했다. 전도연은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매 작품마다 여성 캐릭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번에는 액션, 느와르 등 장르물인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먼치킨(호적수가 없는 강한 캐릭터)’이 됐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전도연은 싱글맘이자 전설적인 A급 킬러 길복순 역을 맡았다.
의뢰받은 ‘작품’은 반드시 완수하는 성공률 100%의 킬러이자 혼자 10대 딸 재영(김시아)을 키우는 엄마이기도 한 길복순은 회사와 재계약을 앞두고 무언가 비밀이 있는 것 같은 딸과 벽을 허물기 위해 퇴사를 결심한다.
‘길복순’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존 윅’ 시리즈나 원빈 주연의 ‘아저씨’, ‘킹스맨’ 등 영화의 구조와 비슷하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이미 완성된 강한 캐릭터가 액션에 집중해 통쾌함을 보여준다. 이 ‘먼치킨’들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악의 세력을 처단하며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먼치킨’ 여성이 등장하는 영화는 매우 드물지만, 전도연은 ‘길복순’을 통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다. 길복순은 상영시간 내내 단신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여러 킬러들을 하나하나 처리해간다. 전도연의 액션은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영리함과 스타일리시함이 가득하다. 많은 액션 영화 속에서 여성의 액션은 신선한 이벤트 정도였지만, 전도연은 적수 없는 멋있는 여성을 길복순 캐릭터로 그려냈다.
‘길복순’은 먼치킨 영화 구조에서 단순히 남성 대신 여성을 치환하지 않았다. 극에서 길복순은 15세 사춘기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길복순은 눈 하나 깜짝않고 도끼를 휘두르다가도 마트가 문 닫기 전에 일을 마무리한다. 딸을 위해 맞지 않는 엄마들과 식사도 같이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딸과는 어긋나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엄마’다.
킬러와 엄마라는 두 얼굴의 인물을 맡아 전도연은 거친 액션부터 길복순의 심리까지 자신만의 캐릭터를 또다시 만들어냈다. 전도연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서도 뛰어난 연기로 ‘흔한 로맨틱 코미디도 전도연이 하면 다르다’라는 것을 증명해낸 터다. ‘길복순’을 연출한 변상현 감독은 앞선 제작보고회에서 “선배님과 대화를 나눴을 때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의 간극이 매우 컸다”며 “그래서 배우를 킬러로 치환하면 ‘사람을 키우는 직업과 죽이는 직업’으로 모순적이고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오겠다 해서 (‘길복순’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전도연은 지난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밀양’, ‘너는 내 운명’, ‘무뢰한’ 등 작품에서 활약한 베테랑 배우다. ‘밀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매 작품마다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해 기존의 이미지와 판이하게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정해진 이미지가 없는 배우’이기도 하다. 올해도 전도연은 ‘로코퀸’도 가능하고 ‘킬러’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떤 작품도 손쉽게 해내는 ‘먼치킨’ 배우 전도연, 우리는 이런 배우를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