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대표 브랜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유해진 PD가 최근 OTT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논란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까지 MBC 시사교양본부장을 지냈던 유해진 PD는 30여 년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유해진 PD는 일간스포츠에 “OTT와 다큐멘터리의 만남은 아직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하며 “지상파처럼 수위를 조절한다면 심각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두 드러내면 선정성, 폭력성 비판에 직면한다. ‘나는 신이다’, ‘국가수사본부’ 등에 대한 논란은 그 지점에 있다”고 현상황을 짚었다. 이어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가 논의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며 “사회적으로 적절할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해진 PD는 지난 1996년 MBC에 입사한 뒤 ‘사랑’ 시리즈인 ‘풀빵엄마’(2009),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2009) ‘해나의 기적’(2013) 등을 연출해 방송계에선 드물게 다큐멘터리로 열풍을 일으킨 우리나라 대표 PD다. 지난 2018년엔 13년 만에 ‘PD수첩’에 합류해 탐사보도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김기덕 감독과 배우 조재현의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거장의 민낯’도 보도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유해진 PD는 누구보다 지상파의 제작 환경을 몸소 겪었고 콘텐츠 유통 및 소비 방식이 지상파에서 OTT로 급변하는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유해진 PD는 ‘나는 신이다’, ‘국가수사본부’의 높은 화제성에 “만약 지상파에서 같은 소재로 방송했다면 이렇게 파급력이 강했을까”라고 반문하며 “예전에는 ‘사랑’이나 ‘눈물’ 시리즈가 크게 사랑받았지만 채널이 많아지고 유튜브,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지상파 다큐멘터리는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지상파에서 콘텐츠의 인기 또는 매력도를 측정하는 척도는 시청률이 거의 유일한데 다큐멘터리는 통상적으로 재미를 보장하지 못하고 시청자들이 실시간 시청도 하지 않는 콘텐츠다. 그렇다 보니 제작이 활발하지 않는 시스템”이라며 “여기에 높은 제작비와 OTT까지 뛰어들면서 지상파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도는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대적으로 과감한 비용 투자, 유연한 환경을 보장하는 OTT와의 협업을 선호하는 PD들이 늘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유해진 PD는 “다큐멘터리 PD뿐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보다 양질의 퀄리티로 많은 시청자를 만나길 바라지 않나. OTT가 그 갈증을 풀어주는 면이 있다”며 특히 “다음날 바로 평가 받는 시청률이 아니라 누적으로 집계되는 방식이니까 분명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겐 부담이 덜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OTT가 지상파 다큐멘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측면이 있지만 OTT가 완전한 답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표현 수위, 청소년의 유해성 노출 등 OTT 다큐멘터리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짚었다.
동시에 “사실 지금 OTT 다큐멘터리로 불거졌던 논의는 지상파 다큐멘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분명 지상파에서 방송됐다면 엄청난 비판과 제제를 받았겠지만 지상파 제작진도 어느 정도까지 시청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지는 공통된 고민”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선 사회 전체로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번 논란을 통해 적절한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