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왼발을 사용하는 측면 공격수인 강성진은 서울 유스인 오산중과 오산고를 거쳐 2021년 프로에 데뷔했다. 고등학생 3학년 때 서울과 준프로계약을 했다. 그해 1부 최연소 출전(17세 11개월 12일) 역대 최초 준프로선수 득점 기록 등을 세웠다. 2시즌 동안 48경기에 나와 2골·6도움을 기록하는 등 경험을 쌓아 ‘스텝업’하고 있다.
강성진은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끝난 아시아축구연맹(AFC) 20세 이하(U-20) 아시안컵에서는 5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특히 요르단과 벌인 조별리그 2차전(2-0 승)에서는 후반 26분 약 40m 단독 드리블을 하더니 수비 세 명을 제친 뒤 두 명을 앞에 둔 채 왼발 중거리 원더골을 터뜨려 화제를 끌어냈다. 축구 팬들은 “리오넬 메시 같다” “푸스카스상 줘야 한다”며 반겼다.
자기 강점을 완벽히 살린 골이었다. 강성진은 “수비에 가담하기 위해 (센터서클 부근까지) 내려왔다가 상대 공을 탈취한 뒤 역습하러 질주하던 상황이었다. (사실) 공을 뺏기 위해 앞으로 나오는 상대 선수를 드리블하며 연이어 제친 뒤 동료에게 패스하려 했다. (하지만) 패스 타이밍이 조금 애매했다. (슛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느껴 때릴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강성진은 우즈베키스탄과 벌인 4강전에서는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섰으나 실축했다.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 정규시간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3으로 졌다. 강성진은 “내가 실축해 동료들이 부담이 컸다. 우승이 목표였는데, 미안했다”며 “서울 선배들이 ‘페널티킥(PK)은 앞으로 (나)상호 형한테 배워라’고 했다. (그래도) 내가 얻으면 내가 찰 거”라며 싱긋했다.
곱상한 외모인 강성진은 서울 팬들에게서 ‘강아지’라 불린다. 팀 내 막내급인데다 그의 성을 따서 붙은 별명이다. 강성진은 “(나는) 이제 귀여운 거(스타일)는 ‘졸업’했다”며 수줍어했다. Z세대(2000년대 출생)인 그는 ‘꾸안꾸(꾸민 듯 꾸미지 않은 것)’ 패션 스타일을 애호한다. 강성진은 “최근 패션 트렌드는 자고로 자기의 개성을 마음껏 표출하는 게 멋있는 법”이라고 했다.
자신감과 적극성은 ‘상남자’다. 연령별 대표팀 소집을 위해 고등학교 1학년 때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를 찾았을 때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을 보자 “아임 ‘리틀 손(흥민)’”이라고 했다. 이후 벤투 감독은 지난해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 그를 차출했다. 홍콩과 A매치 데뷔전에선 멀티 골을 넣었다. 그는 작년에만 3개 연령별 대표팀에 뽑혔다.
강성진은 올해도 3개 대표팀 차출에 도전한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는 올해 5월 열릴 FIFA U-20 월드컵 출전권을 얻어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대표팀에 뽑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 가능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A대표팀 차출도 욕심낸다. 강성진은 “대표팀은 항상 뛰고 싶은 영광스러운 자리다. 배울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강성진은 U-20 월드컵을 가장 기대한다. 한국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대회 최우수선수(MVP) 격인 ‘골든볼’을 받은 이강인(22·마요르카)을 앞세워 준우승했다. 강성진은 “4년 전 형들이 준우승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모습을 위해 잘 준비하겠다. 축구는 자신감이다. (강인 형처럼 스타 될) 자신감은 항상 있다”고 강조했다.
U-20 월드컵에서도 새로운 세리머니를 보여준다. 강성진은 A매치 데뷔전에서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고선 오른손을 접시처럼 받친 채 왼손으로 무언가 뿌린 뒤 손가락으로 휘젓는 ‘쿠킹 세러머니’를 했다. U-20 아시안컵에서는 왼손으로 얼굴 반쪽을 가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그는 “골만 넣으면 새로운 세리머니 할 수 있다. 매 경기 세리머니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서 기자 zerostop@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