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 개막 4연승을 질주해 리그 선두(승점 12)에 자리한 울산 현대는 내달 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리그 10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 2·2무 2패)와 5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울산은 이번에 제주를 꺾고 개막 5연승을 하게 되면, 1998년 수원 삼성과 2003년 성남 일화(현 성남FC)가 세운 역대 최다 기록(7연승) 경신 도전을 이어가게 된다.
울산 최전방 공격수 주민규(33)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이 경기는 ‘주민규 더비’가 될 전망이다. 주민규는 제주에서 축구 인생을 꽃피웠다. 그는 2021시즌 22골을 넣어 생애 첫 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는 17골을 넣어 2년 연속 리그 최다 득점자가 됐다. 시즌 공격수 부문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그는 울산으로 전격 이적했다.
주민규는 친정팀 상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제주에서 3년(2020~2022)을 뛰었다. 좋은 활약을 펼쳐 울산으로 이적하게 됐다. 원정팀 라커룸으로 입장할 때 어색함을 느낄 거 같다”면서도 “그래도 시즌 중 한 경기를 치르는 거로 생각한다. 친정팀을 상대로 조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정조국 제주 수석코치 앞에서 상대 팀 공격수로 뛰게 된 건 감회가 새롭다. 주민규는 정조국 코치 지도를 받아 최고의 공격수가 됐다. 슛 타이밍, 상대 수비를 등지고 돌아서는 포스트 플레이 등을 배웠다. 주민규는 2021년 득점왕에 오를 당시 2016년 정조국(20골·광주FC) 이후 5년 만에 토종 득점왕이 됐다. 주민규는 “내가 더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초반 주민규의 발끝이 매섭다. 4경기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구스타브 루빅손(스웨덴) 엄원상과 팀 내 득점 공동 1위다. 기록보다 더 좋은 건 경기력이다. 현란하면서 가벼운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 여럿을 제치는 탈압박 능력이 돋보인다. 울산의 ‘축구 도사’가 또 한 명 탄생했다는 평가다. 하이라이트 필름을 여러 개 만들었다. 플레이에 자신감을 장착했다.
주민규는 “울산에서 매 경기를 재밌게 하고 있다. 홍명보 울산 감독님과 코치진에서 (선수가) 마음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다. 덕분에 선수들의 능력이 경기장에서 120% 발휘된다. 신나게 뛰고 있다”며 웃은 뒤 “울산 공격수들의 능력이 워낙 좋다. 상대 선수들이 막아야 하는 선수가 주변에 많아 (나에게도) 공간과 여유가 많이 생긴다”고 밝혔다.
주민규의 축구 인생은 우여곡절이 많다. 대학 졸업 후 참가한 2013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연습생으로 당시 K리그2(2부) 소속 고양HiFC(해체)에 입단했다. 이후 2015년 신생 구단인 서울이랜드FC(2부)에 입단하면서 포지션을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변경했다. 주민규는 그해 23골을 터뜨리며 이름을 알렸다. 시간이 지나 1부 최고 공격수가 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주민규는 복수 구단 선택지가 있었지만, 울산 이적을 결정했다. 울산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민규는 “다른 선수들처럼 나 또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부족한 선수라는 걸 항상 생각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운동하고 있다. 더 배우고, 더 성장해야 한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행복하게 축구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바람을 이루는 중이다. 현재 울산에서 행복하게 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의 존재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는 커리어 첫 우승에도 도전한다. 주민규는 “공격적으로 많은 골을 넣는 경기를 치르면서 우승하고 싶은 게 크다. 조금 더 재밌는 축구로 팬들도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