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에는 짧은 장면일지라도 그 안에 의미심장한 장치가 보석처럼 숨어 있습니다. 의도한 것이든, 의도하지 않은 것이든 이런 재미를 찾아보는 것이 바로 영상 콘텐츠의 매력입니다. 1초 만에 지나간 그 장면 속 의미를 짚어보고 깊이 있게 맛볼 수 있도록 ‘1초의 미장센’을 소개합니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자신들이 이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생각하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이후 닥터 스트레인지는 타임스톤을 내주고 죽지만, 결국 다시 부활해 타노스(조쉬 브롤린)를 무찌르고 승리를 거두게 된다.
배우 전도연의 첫 본격 액션 영화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길복순’에서도 이와 비슷한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액션 장르답게 영화의 시작을 황정민과 전도연의 대결이 연다.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검객 황정민의 손에 전도연의 목이 댕강 날아가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라. 이는 전도연이 머릿속으로 그린 시뮬레이션이니까.
이 같은 장면이 후반에도 반복된다. 특히 영화 말미 전도연이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승부를 목전에 두고 수십 가지 시뮬레이션을 그리는 장면은 영화의 압권이다. 공중에서 회전하고, 아킬레스건이 절단된 채 바닥을 기고, 나비처럼 날아올라 상대에게 칼을 내리 꽂는 등 하나하나 놓치기 어려울 정도의 액션 명장면이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 ‘킹메이커’(2022) 등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보여준 변성현 감독의 장기가 발휘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전도연은 몸을 던진 열연으로 이런 갖가지 액션 장면을 소화, 명불허전 ‘대체 불가 배우’임을 재확인시킨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이 본업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이벤트 회사인 MK ENT. 소속 킬러 길복순(전도연)이 회사가 허가한 일은 반드시 시도해야 한다는 규칙을 어기고 다른 킬러들의 타깃이 되면서 벌어지는 작품이다. 전도연은 액션은 물론 킬러이자 한편으론 10대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으로서 복순이 갖는 고민과 딜레마까지 밀도 있게 담아내며 액션과 드라마를 모두 잡았다.
MK ENT.의 대표 차민규는 설결구가 맡아 전도연과 세 번째 합을 맞췄다. 복순의 딸 길재영은 배우 김시아가 연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