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다. 그럴 경우의 수가 얼마나 되겠나. 지난해 외국인 투수 둘과 대체 외국인 투수까지 네 명이 모두 부상을 당했다. 올해도 첫 경기부터 전력에 누수가 생기게 됐다. 하지만 그게 야구다. 사람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개막 단 한 경기 만에 에이스 없이 시즌을 치르게 됐다.
한화는 지난 1일 키움 히어로즈와 2023시즌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2-3으로 패했다. 경기는 질 수 있다. 키움 선발은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에이스 안우진이었다. 승부의 추가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승패보다 아픈 게 있다. 1선발로 기용하기 위해 새로 영입했던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가 단 한 경기,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2와 3분의 2이닝만 투구하다 3회 자진 강판됐고, 한화는 시범경기 호투한 불펜진으로 뒷문을 막았으나 10회 연장 승부 끝에 패했다.
한 경기 패배가 아니라 시즌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한화는 이미 지난 시즌 외국인 투수가 모두 부상으로 시즌에서 빠지는 아픔을 겪었다. 닉 킹험, 라이언 카펜터가 모두 부상 끝에 퇴출됐고 대체선수로 찾은 예프리 라미레즈와 펠릭스 페냐는 막판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불의의 사고에 가까웠던 페냐는 재계약했으나 나머지는 시즌 운영에 중대한 타격을 입힌 부상이었다.
올 시즌 외국인 선발 수난시대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한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부상 행진이 시작됐다. 사령탑 수베로 감독도 답답하다. 그는 2일 키움 히어로즈와 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아직 스미스의 부상은 단정짓기 어렵다. MRI 스캔이 예정됐다. 이를 토대로 더 뚜렷한 윤곽이 바로 드러날 것 같다"고 전했다.
수베로 감독은 "경미한 통증이나 팔과 굉장히 근접한 부위다. 본인이 공을 던지고 나서 안 좋다고 트레이너를 불러 자진강판한 정도다. 4~5일 정도 쉬고 다시 등판하는 건 어렵다. 10일 안에도 회복하긴 어렵다"며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말소된 이유를 설명했다.
스미스의 빈자리는 일단 대체 선발 후보로 남겨뒀던 남지민이 맡는다. 시범경기까지도 선발 후보로 투구 수를 늘려왔던 만큼 당장 역할을 맡기에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수베로 감독은 "스미스가 통증을 호소하는 걸 보고 '설마' 했다. 그럴 경우의 수가 얼마나 되겠나. 지난해 외국인 투수 둘과 대체 외국인 투수까지 네 명이 모두 부상을 당했다. 올해도 첫 경기부터 전력에 누수가 생기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그게 야구다. 사람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했다.
나쁜 면만 본 건 아니다. 선발이 완전히 무너진 경기였으나 불펜은 단 1실점으로 연장 승부를 끌고 갔다. 수베로 감독은 "감사한 부분도 찾고 싶다. 투수즌의 두터워진 뎁스에 기댈 수 있는 상황이다. 긍정적으로 보면서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