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챔프전·5전 3승제)에서 첫 패전을 당했다.
김연경은 2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3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도로공사)와의 챔프전 3차전에 출전했지만, 소속팀 흥국생명의 세트 스코어 1-3(25-22, 21-25, 22-25, 20-25) 패전을 막지 못했다. 팀 내 최다인 22득점(공격 성공률 50%)를 기록하며 활약했다. 하지만 3·4세트 승부처에서 상대의 거센 기세를 막지 못했다. 심판 판정에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김연경은 1세트 흥국생명의 첫 득점을 오픈 공격으로 장식했다. 도로공사 박정아의 응수 뒤 이어진 공격에서도 다시 한번 대각선 퀵오픈 공격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끌려가던 스코어 6-8 상황에서도 득점하며 추격 발판을 놓았고, 8-8에서도 대각선 오픈 득점을 해냈다.
1세트부터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승부처였던 17-16 상황에서 깔끔한 오픈 공격을 해냈고, 흥국생명이 수비에 성공한 뒤 맞이한 기회에서도 다시 한번 득점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19-16에서 이주아가 문정원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해내며, 1세트 최다 점수 차(4)를 만들었다.
도로공사 배유나가 옐레나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으며 기세를 올린 상황에서도 김연경이 오픈 공격을 성공하며 22-19를 만들었다. 긴 랠리를 마무리하는 득점으로 3점 차 리드를 만든 것도 김연경이었다. 흥국생명은 24-21에서 이주아가 캣벨의 공격을 홀로 가로막으며 1세트를 잡았다. 김연경은 1세트만 8득점 했다.
2세트는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흥국생명은 그사이 클러치 능력을 발휘한 박정아에게 고전하며 2세트를 내줬다.
김연경은 3세트 다시 존재감을 보여줬다. 5-4에서 세트 첫 득점한 뒤 6-4, 7-5, 8-6 상황에서 모두 득점하며 흥국생명의 우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침묵했다. 흥국생명도 20-16, 4점 차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가, 급격하게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했다. 김연경도 22-24에서 터치 아웃을 유도하는 공격을 시도했지만, 캣벨에게 블로킹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흥국생명이 챔프전 처음으로 먼저 두 세트를 내줬다.
이날 흥국생명 외국인 선수 옐레나의 컨디션은 안 좋았다. 김연경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세터의 단조로운 공 배급 패턴에도 김연경은 꾸준히 득점했다. 11-11에선 연타, 12-12에선 강타로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양 팀 주포들이 차례로 오픈·백어택 공격을 공세를 퍼부었던 14-14 동점 상황에서도 김연경이 랠리를 끝내는 득점을 해냈다.
하지만 상대의 기세에 밀렸다. 흥국생명은 3세트에 이어 4세트도 20점 진입을 앞두고 4점 차로 앞서다가, 동점을 허용하며 밀렸다. 김연경도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20-21, 1점 지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공사 박정아의 연타가 네트를 넘지 못하고 자기 코트에 떨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심판진은 포히트를 지적하지 않았고, 경기가 진행됐다. 이 상황에서 흥국생명 선수들은 주춤했다. 판정을 어필하는 제스추어를 보이기도 했다. 김연경도 마찬가지였다. 도로공사 캣벨은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오픈 공격을 성공시켰다.
비디오 판독 결과 포히트가 인정되지 않았다. 이 포인트로 도로공사는 2점 차로 앞서갔고, 흥국생명은 승기를 빼앗겼다. 결국 25번째 점수를 내줬다.
김연경은 앞선 상황에서도 심판 판정에 어필하다가 경기 중에 시선을 주심 쪽으로 돌렸다. 다시 온 공격 기회에서 득점했지만, 일단 인플레이 상황에서는 플레이에 집중해야 했다.
도로공사는 이날(2일) 3차전에서 신인 이예은이 서브쇼를 선보이며 불어넣은 활력에 힘입어 승리했다. 주포 박정아와 캣벨의 경기력도 좋았다. 챔프전 기류가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