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구 NC 다이노스-삼성 라이온즈전을 중계한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위원은 6회 말 김지찬(22·삼성)의 슬라이딩을 보고 이렇게 평가했다. 포수의 태그를 영리하게 피해 득점을 만들어낸 김지찬의 슬라이딩에 중계진은 물론, 이를 지켜본 모든 선수들과 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지찬은 해당 이닝에만 두 번이나 죽다 살아났다. 먼저 1사 1, 3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그는 2루수 땅볼로 병살을 당할 뻔했으나, 상대의 아쉬운 수비를 틈타 빠른 발로 1루를 통과해 기사회생했다. 이어진 구자욱의 적시타 상황에선 1루에서 홈까지 쇄도하다 상대의 빠른 홈 송구에 아웃을 당할 뻔했다. 그러나 기막힌 슬라이딩으로 홈을 먼저 짚으며 죽다 살아났다.
사실 김지찬의 홈 쇄도 타이밍은 다소 늦었다. 김지찬이 3루와 홈 3분의 2지점에 다다랐을 때, 우익수의 손을 떠난 공은 이미 포수의 손에 들려 있었다. 하지만 김지찬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와중에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 태그를 피했다. 결과는 세이프. NC의 요청으로 비디오 판독이 있었으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김지찬의 홈 쇄도는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날 경기에서 김지찬의 전력질주와 슬라이딩은 결정적이었다. 앞선 병살 위기에서 김지찬이 살아나간 덕에 3루 주자의 득점이 인정됐고, 홈 보살 위기에서 센스 넘치는 슬라이딩으로 추가 득점까지 만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덕분에 6-6으로 팽팽했던 승부는 7-6에 이어 8-6 삼성의 리드로 이어졌고, 삼성의 대역전승으로 마무리됐다. 김지찬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김지찬은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낙마한 바 있다. 원인은 햄스트링 부상.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햄스트링은 재발 위험성이 있는 부위다. 주전 리드오프 김현준이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김지찬의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한다면 삼성은 상당히 어려운 시즌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지찬은 부상 위험에도 개의치 않고 달렸다. 시범경기 막판 부상에서 돌아온 김지찬은 “(뛰는 데) 부담은 없다. 평소와 같이 열심히 뛸 것”이라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개막 후 그는 자신의 몸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 악문 전력질주와 센스 넘치는 슬라이딩으로 귀중한 타점과 득점을 안겼다. 타석에서도 개막 2연전 동안 8타수 3안타 출루율 0.444로 맹활약하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지난해 감독대행 시절부터 선수들에게 ‘뛰는 야구’를 강조해왔다. 전력질주를 통해 살아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성적은 물론, 팀 분위기도 함께 반등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김지찬의 전력질주는 삼성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