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의 '100인 기습 사면'은 사흘 만에 사면이 전면 철회됐지만, 후폭풍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면 대상자 중 승부조작 사범(48명) 외 52명에 대한 징계 사유와 수위가 지난 5일에 모두 공개됐다. KFA가 금전비리나 폭력 등으로 제명을 당했던 이들에까지 면죄부를 주려 했던 사실이 들통났다.
그동안 KFA는 기습 사면 논란과 관련해 사과할 때 승부조작 제명자를 넣은 부분을 강조해서 사과했다. 팬들의 반발이 거셌던 이유도 승부조작범을 사면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승부조작이 스포츠계 병폐 중에서도 최악으로 꼽히는 만큼 KFA가 도대체 왜, 기습적으로 사면하려 했는지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였다.
그 사이 KFA는 승부조작에 가려진 나머지 52명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피해갔다. 이사회 참석자들조차 종이자료가 아닌 태블릿 PC로 명단을 잠깐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KFA는 이들의 명단 유출을 막았다. 명단 공개 요구가 거세지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을 내세우는 등 KFA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승부조작이 아닌 나머지 52명 안에 KFA가 기습 사면을 추진하려 했던 진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이어진 배경이었다.
앞서 KFA 관계자는 “(52명) 전부 다 아마추어 경기 때 폭력 사고나 동호인 축구에서 일어났던 사고로 인한 징계였다. 52명 명단에는 크게 알려진 인사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는 금세 거짓으로 들통났다. 지난 5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축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사면 대상자 목록’을 공개하면서 감춰졌던 나머지 52명의 징계 사유가 드러났고, 굵직한 인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KFA는 승부조작뿐만 아니라 금전 비리(8명) 선수·심판에 대한 폭력(5명) 실기테스트 부정행위(4명)로 제명을 받은 17명에게도 면죄부를 주려 했다.
특히 52명 안에는 국가대표 선수·KFA 위원장 출신으로 K리그 구단 이사장 시절 횡령 등을 저질렀던 인물과 그 관계자들도 포함됐다. 징계 사유, 연도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앞서 KFA에서 발생한 굵직한 비리 사건과 연루된 인사들도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명단을 철저하게 숨기고 감추려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올 만하다.
3월 28일 기습 사면 발표 후 여론이 악화되고, 31일에 임시 이사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승부조작 48명만 사면을 철회하고 나머지 52명은 사면을 강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끊이지 않는 기습 사면 후폭풍 속에서 비리·폭력 등으로 징계받은 52명을 철저하게 숨기려 했던 '저의' 역시도 정몽규 회장의 해명이 필요해졌다.